하나은행이 테마섹과의 합작이 아닌 단독으로 대한투자증권을 인수키로 결정했다. 8일 하나은행 고위 관계자는 "최근 정부측에서 '컨소시엄 파트너에 원금 및 수익률을 보장해줄 경우 대투증권 인수를 승인할 수 없다'는 뜻을 전해왔다"며 "연 10%의 수익률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테마섹과의 컨소시엄을 포기하고 대투증권 인수대금 4750억원을 하나은행 단독으로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투증권 지분을 하나은행이 계속 100% 보유할지 아니면 차후에 다른 전략적 투자자에게 일부를 매각할지는 시간을 갖고 판단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금융계에서는 김승유 하나은행 이사회 의장(사진)이 9일부터 유럽에서 해외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기업설명회(IR)를 갖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그랜드플랜 대투증권 단독 인수 결론을 내린 하나은행은 이를 계기로 '그랜드플랜'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랜드플랜이란 금융지주회사 출범(11월 예정)을 전후해 외환은행 LG카드 등을 추가로 인수(M&A),국내 선도 금융그룹으로 도약한다는 것. 지난 3월 말 현재 하나금융지주(가칭)의 자산은 125조원 규모로 국민은행(200조원) 신한지주(180조원) 우리금융(150조원)에 비해 열세다. 추가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지 않고서는 선도금융 그룹 부상은커녕 장기적인 생존조차 불확실하다는 게 김 의장 등 하나은행 경영진의 판단이다. ○전략적 제휴 강화 하나은행이 그랜드플랜을 실행하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자금 여력이다. 가령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데만 최소 3조원(지분 60% 기준)가량이 필요하다. LG카드도 50% 이상의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선 2조원 이상이 들어간다. 연 순이익 1조원대인 하나은행으로선 이런 거액을 단독으로 부담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전략적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거나 주식스와프 등 M&A를 위한 여러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하나은행은 M&A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해 현재 9300억원인 납입자본금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증자에 성공하려면 현재 72%의 지분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금융계는 하나은행의 그랜드플랜이 성공할지 여부는 외국인 주주들의 동의와 전략적 제휴에 달려있다고 지적한다. 김 의장이 아시아개발은행(ADB) 총회 참석 후 곧바로 유럽(런던 프랑크푸르트)으로 달려가 9일부터 일주일간 해외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IR에 나서는 것도 이같은 배경으로 풀이된다. 하나금융지주의 초대 회장으로 내정된 김 의장이 앞으로 어떤 보따리를 풀어놓을지 주목된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