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과 대한전선 오너 가문의 2대째 이어지는 우의가 화제가 되고 있다. 조석래 효성 회장(70)과 지난해 타계한 설원량 대한전선 회장의 남다른 우의에 더해 2세들까지 서로 고민을 얘기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조 회장과 고 설 회장은 경기고 7년 선후배 사이로,평소 외부에 나서기를 꺼렸던 설 회장이 조 회장에게만은 '형님'이라 부르며 흉금을 털어놓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다. 작년 3월 설 회장이 뇌출혈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을 때 조 회장은 신문에 자신의 이름으로 추모사를 기고하는 등 남다른 슬픔을 표했다. 지난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대한전선 창립 50주년 행사에서도 조 회장은 직접 축사를 읽는 등 먼저 떠난 후배에 대한 각별한 우의를 보여줬다. 조 회장은 "고 설원량 회장은 위기에 당당히 정면으로 맞서고 원칙을 중시하는 정도경영인으로 50년 흑자기업인 대한전선을 일궈냈다"며 "이익을 내지 못하는 기업은 존재 가치가 없다는 그의 지론은 어려운 여건에 처한 국내 기업들에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설 회장의 부인인 양귀애 대한전선 고문(59)은 조 회장에게 몇번이나 '송구스러울 따름'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양 고문은 행사 후 가족사진을 찍으면서 한사코 손사래치던 조 회장에게 함께 사진을 찍어줄 것을 부탁,두 집안간의 각별한 사이를 보여줬다. 조 회장은 "재계의 아까운 원칙주의자 한 사람을 너무 일찍 잃었다는 게 지금도 못내 가슴 아프다"며 "하지만 훌륭하게 자란 두 아들을 보고 있으니 마음 한편으로는 듬직하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조 회장의 3남인 조현상 효성 상무(34)가 참석했다. 조 상무는 고 설 회장의 장남인 설윤석 대한전선 과장(25)과는 연세대 경영학과 선후배 사이다. 지난해 부친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고민하던 윤석씨가 조 상무에게 조언을 구할 정도로 가깝게 지내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상무는 "윤석씨가 학업을 마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며 "대한전선 전문 경영인이 잘하고 있기 때문에 2∼3년 공부를 더 한 뒤 입사를 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는데 윤석씨가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입사 쪽으로 결정했으며 앞으로 잘해 나가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