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제품과 철강 가격이 요즘 이상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가격 하락이 예상보다 빨리 시작된 것 같아 당황스럽습니다.” 유화제품 가격 하락 소식과 함께 철강 시장도 공급과잉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국내 유화업체의 A사장은 “앞으로 2∼3년은 (수급상황이) 괜찮을 줄 알았다”며 우려감을 감추지 않았다.“중국의 고도성장에 따른 기초소재업계의 특수가 적어도 2008년 베이징 올림픽때까지는 갈 줄 알았다”는 설명이다. 중국이 기초소재 '블랙홀'에서 '배출구'로 급격히 변신하면서 국내 석유화학 및 철강 업체들은 생산량을 조절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의 현황을 점검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유화 경기 꼭지점 찍었나 "석유화학 경기는 지난 1분기를 정점으로 하향세로 돌아섰다고 봐야합니다." 이정헌 동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대표적 기초유분인 에틸렌을 포함한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일제히 폭락하자 "가격 하락세가 장기적인 추세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비수기,노동절 연휴 등 단기적인 수요감소 요인보다는 세코의 에틸렌 공장 등 중국 업체들의 대규모 증설에 따른 공급확대가 가격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코의 설비에 이어 바스프와 양쯔석화의 에틸렌설비(연산 60만t)가 상반기 중에,셸과 중국해양석유화학(CNOOC)의 연산 80만t 설비가 오는 11월께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수요를 끌어올릴 만한 요인은 별로 없는 반면 공급량만 크게 늘어나 공급과잉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같이 석유화학제품의 가격하락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LG화학 LG석유화학 호남석유화학 한화석유화학 SK(주) 등 국내 주요 업체들은 수익성에 적지 않은 타격이 우려된다. 에틸렌 가격이 떨어지면 제품가는 더욱 떨어져 제품당 마진율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일부 업체들은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며 공장 가동률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주)관계자는 "스티렌모노머(SM)의 경우 재고가 많은 데다 수요는 줄고 있어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이에 따라 공장의 정기보수 기간과 맞물려 SM의 원료인 벤젠 생산 공장의 가동률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철강업계도 공급과잉 우려 철강업계는 중국이 언제 철강 순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돌아서느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중국 철강업체들이 보유한 고로 및 전기로수는 5백99개,신증설 규모만 2595만t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조강 생산과 수요는 각각 3억2000만∼3억3000만t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및 철강 전문가들은 이런 수급상황을 감안,이르면 올해나 내년께면 중국이 순수출국으로 본격 돌아설 것으로 점치고 있다. 중국까지 순수출국으로 가세하면 세계적인 공급과잉이 다시 초래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공급과잉은 결국 철강가격 하락이란 후폭풍을 가져올 것으로 우려된다. 김경중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시아지역 열연강판 가격은 올하반기부터 고급재와 저급재(건자재용) 간에 차별화가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즉 수요가 많은 고급재는 1분기 t당 600달러에서 2~3분기 650~670달러 수준으로 상승해 안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저급재는 1분기 t당 550∼600달러에서 2분기 t당 600~650달러 수준으로 상승 후 하반기에 550달러 안팎으로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이 대부분 저급재여서 중국산 열연강판 가격이 하락하면 고급재보다 같은 저급재인 러시아나 브라질산이 먼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중국이 순수출국으로 전환되면 아시아지역을 비롯한 전세계 철강제품의 가격하락 등 중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다. 김후진.김홍열.유창재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