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촛불시위 막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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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신의 반영 비율이 높아지는 2008학년도 대입 대상자인 고교 1학년생들이 새 대입제도 반대를 목적으로 지난 7일 벌이기로 했던 광화문 촛불집회가 정부의 적극적인 봉쇄로 사실상 무산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날 행사가 별 탈 없이 끝난 것과 관련,안도하는 분위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2008학년도 대입안을 바꾸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며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의 대입 전형에서의 반영 비율이 고작 0.625%에 불과한 만큼 중간고사를 망친 학생들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위를 계기로 새 대입제도에 대한 불만 표출은 더 격해졌다. 교육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한 학부모는 "내신 비중이 늘고 전형 방법이 다양화되는 2008학년도 이후 입시제도는 잘못 만들어진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교육부의 의도대로라면 학생들이 학원이나 과외 수강을 중단하고 학교 교육에 매진해야 하는데 실제로 아이들이 학원에 있는 시간은 더 길어졌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도 커졌다"고 덧붙였다.
사교육의 '메카'인 서울 대치동 학원가도 촛불시위에 대해 "결국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뿐"이라는 반응이다. 새로운 입시 제도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이 사교육 시장을 키우는 자양분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 대치동 학원의 한 수학 강사는 "그간 대학입시 제도가 워낙 자주 바뀌었고 2008년 이후에는 대입 방법이 대학의 수만큼이나 다양해지다 보니 일선 학교는 사실상 진학지도 기능을 상실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새 제도 발표 이후 대치동에는 한번에 100만원가량의 요금을 받는 대입 컨설팅 학원이 성행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최근 들어 하루에 여섯시간 이상 집중적으로 강의하는 패키지 강좌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새 대입제도의 정당성을 설파하기 전에 "대학 입시를 통해 교육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을 바꿔야 한다"는 학부모와 사교육업계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았을까.
사회부=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