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의 반영 비율이 높아지는 2008학년도 대입 대상자인 고교 1학년생들이 새 대입제도 반대를 목적으로 지난 7일 벌이기로 했던 광화문 촛불집회가 정부의 적극적인 봉쇄로 사실상 무산됐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날 행사가 별 탈 없이 끝나자 안도하는 분위기다. 교육부 관계자는 "2008학년도 대입안을 바꾸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며 학생과 학부모에게 새 제도를 이해시키는 데 행정력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집회를 계기로 새 대입제도와 교육부에 대한 불만 표출은 더 격해졌다. 교육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린 한 학부모는 "교육부의 의도대로라면 학원과 과외 대신 학교 교육에 매진해야 하는데 실제로 아이들이 학원에 있는 시간은 더 길어졌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도 커졌다"고 질타했다. 그는 또 "교육당국이 뒤늦게 본고사와 논술고사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규명하는 용역을 벌여 대학들이 논술고사를 가장해 본고사를 보는 것을 막겠다고는 말하지만 불안감이 커질 대로 커진 이후에 나온 사후 약방문식 조치"라며 "설사 용역 결과가 나온다 해도 내용을 믿기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사교육의 '메카'인 서울 대치동 학원가는 '표정 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새로운 입시 제도에 대한 불안감과 불확실성이 사교육 시장을 키우는 자양분이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서울 대치동 학원의 한 수학 강사는 "새 제도 발표 이후 대치동에는 학생의 성적을 분석,알맞은 대입 전형이 무엇인지 상담해주고 100만원가량의 요금을 받는 대입 컨설팅 학원이 성행하고 있으며 하루 여섯시간 이상 집중적으로 강의하는 고가 패키지 강좌를 듣는 수강생도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교육당국은 "대학 입시를 통해 교육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부터 바꾸지 않는 한 피를 흘리는 쪽은 학생이며 뒤에서 웃는 것은 학원"이라는 촛불집회 학생들의 목소리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듯하다. 송형석 사회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