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의 격조높은 상상력.. 간송미술관 '단원 대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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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미술의 보고(寶庫)인 간송미술관(서울 성북동)이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고서화는 겸재 정선,추사 김정희,단원 김홍도의 그림들이다.
간송미술관에서 15일부터 열리는 '단원(檀園)대전'은 김홍도(1745~1806)의 작품 120여점을 총 망라해 보여주는 기획전이다.
단원의 작품은 간송미술관이 1973년 봄 전시 때부터 수시로 선보였지만 전 소장품을 한 자리에 모은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겸재 정선이 우리 산천과 우리 풍속 인물을 그려내는 진경풍속화풍을 창안했다면 단원은 진경시대 회화를 마무리지은 화가였다.
단원은 산수 인물 화조 등 모든 장르에 걸쳐 능통했지만 인물화가 특히 탁월했다.
최완수 한국민족미술연구소 연구실장은 "단원 그림은 조선 고유색뿐 아니라 심사정이 명나라 남종화풍을 수용해 창안한 조선남종화풍이 함께 어우러져 격조 높은 회화미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에는 풍속화인 '마상청앵(말 위에서 꾀꼬리소리 듣다)',신선도의 일종인 '과로도기',금강산의 아름다움을 담은 '명연담',화조도인 '쌍작보희(한 쌍의 까치가 기쁨을 알리다)' 등이 나온다.
'마상청앵'은 진경풍속화풍의 대미를 장식한 단원의 대표작.버드나무를 간결하게 처리해 길 섶 한곁으로 몰아 놓고 선비 일행을 큰 길 가운데로 내세운 채 나머지는 모두 하늘로 비워 대담한 구도를 보여준다.
'과로도기'는 장과라는 노인이 나귀를 거꾸로 타고 가면서 책을 읽는 모습을 묘사한 신선도다.
호암미술관 소장 '군선도' 8폭병의 하나인 '과로도기' 장면과 흡사한데 이 군선도보다 훨씬 세련된 기법을 보이고 있다는 게 미술관측 설명이다.
'쌍작보희'는 정이 넘치는 까치의 모습을 담은 화조도로 단원의 심성을 반영한 작품으로 보인다.
50대 이후 원숙한 필묵의 경지에 들어선 단원의 대표작이다.
또 달마대사가 갈대를 꺾어 타고 바다를 건너는 내용의 '절로도해'는 단원이 상상력을 동원해 강을 해로 바꾸고 달마 얼굴은 조선 승려 모습으로 그렸다고 한다.
29일까지.(02)762-0442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