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 핵문제를 보고 있으면 증시를 연상시킨다. 이 시점에서 북한이 보유한 영변 5MW급 원자로는 사상 유례없는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물론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내로라하는 강대국들 사이에서 최고의 'M&A(인수합병) 재료'이기 때문이다. 영변 원자로의 국제 가격이 액면가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에서 형성된 것은 북한의 절묘한 마케팅 전략이라고나 할까. 북한은 자신들의 상품을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도록 하는 '노이즈(Noise) 마케팅'으로 잠재적 구매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2월의 핵무기 보유선언과 6자회담의 무기한 불참선언이 바로 그 것이다. 북한은 이후 3개월여간의 밀고 당기는 협상을 통해 상품가치를 계속 끌어올렸다. 사실 북한의 태도는 협상이라기 보다는 흥정을 거부하는 쪽에 가까웠다. 그런데도 북한의 의도대로 '가격'은 치솟았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선제 공격시 한국의 주가가 반토막이 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북핵의 '교환가치'가 이만큼 큰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적절한 매도 타이밍을 찾지 못하면서 상황이 악화됐다. 이때문에 교환이라는 시장의 논리보다는 차라리 빼앗아 버리겠다는 '힘의 논리'가 미국내에서 힘을 얻어가고 있다. 게다가 거간꾼임을 자처하는 중국조차 북한이 위험한 유혹에 빠져 있다고 불평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상대가 체제보장과 경제적 지원이라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신감을 갖고 있다. 미국도 1994년 1차 핵위기 당시 경험한 '학습효과'때문에 북한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양측의 거래는 이제 초읽기에 접어들고 있다. 북한의 올해 식량사정은 필요한 645만t중 165만t이나 부족할 정도로 절박하다. 북한이 최고가에서 극적으로 거래를 성사시킬지, 핵실험이라는 독약처방을 내릴지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심기 정치부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