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자랑하는 생산기법 중에 ‘그룹 가치공학(GVE:Group Value Engineering)’이라는 것이 있다.


소그룹 단위의 생산조직이 설계→디자인→생산→품질관리로 이어지는 모든 제조공정의 혁신을 공유하며 가치창조를 일상화하는 기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이 기법을 협력사들에게 전파하기 시작했다.


협력사에 경영노하우를 제공하고 내부 전문인력 양성도 돕기 위해서였다.


경기도 안양에 자리잡은 휴대폰용 배터리 전문업체인 쎌콤이 대표적인 수혜업체였다.


쎌콤은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GVE컨설팅을 받아 연간 25억원이 넘는 원가절감 효과를 거뒀다. 재질개선 부문에서 20건,공정개선 부문에서 총 31건의 아이디어가 채택된 데 따른 것이었다.


삼성전자의 상생 경영이 본격화한 것은 2003년 말 이건희 삼성 회장이 송년 사장단 모임에서 "국내 경제의 견실한 성장과 유망 중소기업 발굴을 위해 협력사들을 중점 지도하고 육성하라"는 지시를 내린 뒤부터였다. 삼성전자는 즉각 △자금 △인력 △기술지원 등 3개 분야에 5년간 총 1조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1200여개 협력사들의 글로벌 경쟁력 향상을 위해 가장 공을 들인 분야는 부품·설비 국산화와 신기술 도입. 프로젝션 TV용 렌즈,300mm 반도체 웨이퍼용 오링 등 핵심 부품의 국산화를 위해 관련 업체에 125억원의 시설자금을 무이자로 제공하고 금형 사출성형 표면가공 분야의 신기술 도입도 적극 지원했다.


그 결과 2003년 59건에 불과했던 국산화 실적이 104건으로 불어나고 61개 협력사가 핵심부품 국산화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협력사 지원팀의 활약도 눈부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총 36개 협력사의 품질 생산성 기종변경(금형) 등 3개 분야에 전문가 50명을 투입,연간 476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게 했다.


삼성전자에 대형 TV케이스를 납품하고 있는 세화의 경우 연간 9억5000만원의 비용을 감축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 강병수 구매전략팀장은 "협력사와의 상생 경영을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영속적이고 일관성 있는 전략에 따라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