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지주의 최영휘 사장(60)이 전격 경질되고 신한지주의 비상근 등기이사를 겸하고 있는 이인호 신한은행 부회장(62)이 후임 사장에 내정됨에 따라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통합과정에도 상당한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특히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의 '대등 통합'과 '점진적인 통합'을 강조해온 최 사장이 물러남에 따라 '신한은행 위주의 흡수통합'을 주장해온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어 두 은행간 통합작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격 경질 배경 신한지주 관계자는 "지주회사의 방향성과 신한?조흥은행의 통합전략 및 방법론이 마무리된 만큼 구체적인 실행을 위해선 은행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필요하다고 판단,최 사장을 경질하고 이 부회장을 내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금융계에서는 그러나 신한?조흥은행간 통합방법을 둘러싼 의견대립과정에서 최 사장이 경질된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그동안 최 사장은 신한은행과 조흥은행을 섞어 새로운 문화를 가진 '뉴뱅크'를 만들자고 주창해 왔다. 반면 신한은행 직원들은 신한은행이 중심이 되는 사실상의 흡수 통합을 주장해 왔다. 여기에 신한지주의 대주주인 재일교포들도 자신들의 지분 희석을 우려,대등통합 방식에 우려를 표명해 왔다. 이같은 의견대립에 직면한 최 사장은 최근 라응찬 신한지주 회장과 독대를 통해 양측의 의견차를 줄이려고 했으나 오히려 일만 더 키웠다는 후문이다. 한 관계자는 "최근 최 사장이 라 회장과 만나 통합에 따른 불협화음을 전했으나 이 자리에서 양측의 견해차가 더욱 벌어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최 사장이 최근 인사 등을 통해 독자행보를 가속화하면서 갈등이 더욱 심화했다는 분석이다. 최 사장은 최근 재일교포 주주업무를 담당하는 업무지원실 담당임원을 신한은행 출신인 이백순 상무에서 조흥은행 출신인 조병재 상무로 전격 교체했다. 이 과정에서 결국 라 회장이 최 사장의 구상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정리한 뒤 9일 긴급 사장단 회의를 소집해 최 사장에 대한 해임을 통보하고 이사회에 안건을 부의한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전망 신한지주는 오는 17일 이사회를 열고 최 사장 해임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라 회장은 신한지주 지분율이 20%가 넘는 재일교포를 사실상 대표하고 있어 이사회에서 경질방침이 뒤바뀔 가능성은 낮다. 신한지주측은 현재 신한지주 비상근 등기이사인 이인호 신한은행 부회장을 사장으로 선임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구상이 실현될 경우 두 은행간 통합작업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오는 9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뒤 내년 상반기 중 통합작업을 완료한다는 것이 신한지주측의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신한은행 위주의 통합작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변수도 만만치 않다. 당장은 최 사장의 반발이다. 이날 오전 홍콩과 싱가포르 IR에서 돌아온 최 사장은 해임 통보를 받고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그동안 최 사장의 통합방침에 동조해온 조흥은행 노조의 태도도 변수가 될 전망이다. 조흥은행 노조가 신한은행과의 흡수통합에 강력 반발,실력행동에 돌입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