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낮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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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에선 의외로 쇼핑할 시간이 적다. 대부분의 상점이 오전 10시가 넘어야 문을 여는데다 점심시간이면 '시에스타'(오후 낮잠)를 위해 오후 3시(혹은 4시)까지 휴점하고 6∼7시면 폐점하는 까닭이다. 이러니 대낮에 무심코 쇼핑을 나섰던 관광객들은 닫힌 가게문 앞에서 당황하기 일쑤다.
이탈리아를 비롯 스페인과 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국과 남미의 라틴계 국가에 시에스타가 생긴 건 한낮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계속 일하기보다 잠시 쉬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냉방시설이 전혀 없던 시절 만들어진 것으로 이젠 생산성 등을 감안,없애야 한다는 소리도 높지만 오랜 관습(慣習)인 만큼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사실 점심식사 직후엔 쏟아지는 졸음을 참기 어려울 때가 많다. 어떻게든 깨어 있으려 커피를 마시고 맨손체조도 해보지만 눈이 자꾸 감기는 걸 막기는 힘들다. 여름이 되면 특히 더해서 눈을 뜨고 있는 게 고역인 경우도 있다. 결국 학교 사무실 할 것 없이 끄떡끄떡 졸거나 깜박 잠든 사람들로 가득 찬다.
이럴 땐 차라리 30분 정도 낮잠을 자는 게 효과적이라고 한다. 졸린 걸 억지로 견디면 공부나 일의 능률이 떨어지는 건 물론 주의력 부족으로 사고를 낼 수 있다는 얘기다. 눈꺼풀이 저절로 감길 만큼 졸릴 때 15분만 낮잠을 자면 집중력 창의력 판단력 등이 놀랍도록 향상된다는 주장도 있다.
올여름엔 국내 직장에서도 낮잠시간을 갖게 될지 모른다는 소식이다. 정부가 폭염을 재난 범주에 포함시키는 동시에 미국처럼 한여름 재해지수(체감온도)를 개발, 지수가 너무 올라가면 야외 노동자들의 안전을 위해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고 한시적 시에스타를 도입하는 등의 폭염종합대책을 강구한다는 것이다.
낮시간 잠깐의 눈붙임은 누구에게나 요긴하고 달콤하다. 인간의 몸은 짧은 휴식에도 놀랄 만한 수리 능력을 발휘하는 만큼 15분의 낮잠만으로도 충분히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조언도 있다. 그러나 뭐든 과유불급(過猶不及,지나치면 미치지 못함과 같다)인 법. 더운 날 낮잠을 오래 자면 개운하기는커녕 온몸이 그만 축 처진다는 것도 기억할 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