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6년 백산OPC 이범형 대표는 갓 개발한 OPC드럼을 갖고 미국 라스베이거스 전시회를 찾았다. 그러나 누구도 한국산 OPC드럼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 당시 백산은 일본 독일 등의 선발업체보다 10년 늦게 시장에 합류한 것. 지명도는 물론 기술력이 아직 국제수준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9년이 흐른 지금 백산OPC의 위상은 천양지차로 바뀌어 있다. 이 회사는 세계 OPC드럼 시장의 애프터마켓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복사기 팩스 등의 핵심부품인 OPC드럼 시장은 프린터 복사기업체에 직접 납품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시장과 카트리지 재생업체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애프터마켓으로 나눠져 있다.


백산은 애프터마켓에만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캐논 후지전기 등 강자들이 버티고 있는 일본 애프터마켓 점유율이 70%로 수위를 달리고 있다. 세계 70여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매출의 95%를 해외시장에서 거둔다. 지난해 514억원의 매출에 104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 회사가 OPC드럼시장의 강자가 된 것은 중소기업진흥공단의 자금 및 기술 지원과 고도의 전략이 어우러진 데 따른 것. 이 대표는 이 시장의 안정성과 진입장벽을 간파,처음부터 수요확대와 고마진이 보장되는 애프터마켓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 대표는 "애프터마켓에선 자사브랜드를 쓸 수 있는 데다 카트리지회사와 직거래를 터 중간상을 통해 마진이 새나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산은 또 생산능력을 배가시키는 가운데 매년 30여종의 신제품을 쏟아내 경쟁자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제2공장을 준공해 월 115만개 생산체제로 진입,세계 1위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