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땅이 문제였다. 왕조의 몰락도, 정권의 붕괴도, 가문의 흥망도 모두 땅이었다. 그 것은 때로 혁명의 인화물질이기도 했다. '자신의 땅에서 소외된 자'라는 말이야말로 모든 투쟁하는 계급들이 내걸던 슬로건 아니었던가. 정책기획가 이정우 위원장이 19세기를 살았던 미국의 급진론자 헨리 조지를 그토록 추종한다는 풍문도 아마 땅 문제에서 만큼은 다른 정권과 분명한 이념의 금을 긋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강남불패와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 역시 참여정부의 계급의식을 분명히 드러낸데 다름아닐 테다. 참여정부 아닌 다른 역대 정권의 공과를 논하더라도 땅의 무게는 실로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초대 대통령이었던 독재자 이승만의 -새삼 그렇게 불러보자- 최대 공적을 논한다면 아마도 토지개혁이었을 것이라는 데는 별 이론이 없다. 파격적인 농지 분배가 적어도 지금까지는 남쪽에서의 붉은 혁명을 막아왔다는 분석도 사실에 가까울 것이다. 정책기획가 이정우 위원장을 뒤쫓아 헨리 조지를 추종하는 일단의 인사들은 최근들어 '전국의 토지를 전면 국유화하고 사용권만 인정하자'는 데까지 논리를 발전시키고 있으니 혁명의 깃발이 따로 없는 형국이다. 그러나 국유화 운운이나 전쟁 운운으로 이 정부 하에서 땅부자들이 지레 겁먹을 일은 없을 것 같다. 사용권만 거래되는 상하이나 홍콩조차 투기광풍이 대단하다는 반증을 들이대자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땅에 대해서 만큼은 이 정부는 '지주들의 이익에 확실히 봉사하는 정권'이라는 것을 지금쯤 분명히 해두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다. 우선 작년 한해만 해도 전국의 땅값은 -공시지가가 아닌 실제 땅값이- 11%나 폭등했었다. 50만필지를 조사한 것이니 4만5000필지 정도를 조사해 4% 미만이라고 주장했던 정부도 별달리 설명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올들어 다시 '평균값'만으로도 10%씩 오르는 지역들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가 전쟁을 선포해놓고 있는 강남 아파트의 땅 지분 가격 상승률은 차라리 조족지혈이다. 어떤 연구가의 조사로는 전국의 한줌 땅부자들은 불과 몇년 동안 1인당 10억원이 넘게 자산가치를 부풀려 말그대로 돈방석을 깔고 앉았다고 할 지경이다. 10억여원이 어떤 돈인가. 시쳇말로 로또 당첨되면 받는 일확의 천금이다. 로또에 당첨되면 뭐라고 한다? 그렇다. 인생역전이라고 한다. 땅부자들이 또 인생역전의 꿀맛을 보고 있으니 서민들은 인생유전에 등골 빠지는, 혹은 빠질 소리가 또 들리는 것이다. 이 정부는 지금 바로 그런 짓을 하고 있다. 균형 개발을 호재로 시골 땅값이 올랐으니 비록 백해(百害)가 있더라도 시골 농민들은 좋아하지 않겠냐고? 천만의 말씀이다. 8%의 농민 비중에 순수한 자경 농민은 그나마 37%다. 대부분 시골 땅이 부재지주의 소유라는 것도 긴 설명이 필요없다. 더구나 농지값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 농업이 망하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면 이 정부는 국정을 운영할 능력조차 없다. 항차 누가 누구를 보호하겠다는 것인지. 땅은 과연 무엇인가. 그 자체로 불균형의 상징이요 독점의 상징이다. 위 연구가의 조사로는 땅부자 상위 1%가 전국 땅 45%를,상위 10%가 72%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니 시골 텃밭 가격이 다소 올랐다고 해서 한뼘 땅 부쳐먹는 농투성이들이 부자 된다고 생각한다면 실로 계산 머리의 아둔함을 탓할 뿐이다. 헨리 조지를 연구했다는 이정우씨는 여기에 무슨 답을 내놓을지 정말 궁금하다. 여당의 한 의원은 일부 지역의 보궐 선거 패배를 땅 보상가격의 상대적 격차 때문이라고 한탄했다지만 이 정부는 언제쯤 지역 땅값으로 정치시장을 어지럽히는 일을 그만둘 것인가. 아니라면 균형발전의 '명분'과 지가폭등의 '결과'조차 진정 구분 못할 정도라는 것인지….jkj@hankyu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