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23:57
수정2006.04.03 00:00
북한 핵실험 가능성을 둘러싼 국제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는데도 국내 증시는 요지부동이다. 특히 지정학적 리스크에 민감한 외국인들이 순매수를 유지하고 있는 점을 봐도 북핵 리스크는 남의 나라 얘기처럼 보인다. 외국인들은 과연 북핵 이슈에 초연할까. 외국인 투자자를 주로 상대하는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민감하게 주시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펀더멘털(시장의 내재가치)을 무시하고 팔려는 상황은 아니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미국 뉴욕 보스턴 등을 돌며 해외 기관투자가 30여곳을 만나고 돌아온 안승원 UBS 전무는 10일 "북핵 이슈에 대해 대체적으로 과거보다는 조금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며 "그러나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우려하는 수준이지 당장 그것 때문에 매도하려는 투자자는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북핵 이슈가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외국인들의 전반적인 생각"이라며 "북핵 리스크보다는 한국 주식이 아직 싸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매수할 만한 종목을 묻는 질문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외국인들은 최근 북핵 이슈가 부각된 가운데서도 한국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 6일과 9일 각각 1000억원 이상 순매수한 데 이어 10일에도 시간외 거래를 제외하면 425억원의 매수우위를 보였다.
최근 외국계 펀드를 접촉한 모건스탠리 한승수 전무도 "대부분의 외국인들이 과거 학습효과를 통해 한국 시장에서는 정치적 이슈 등 거시적 측면보다는 기업의 펀더멘털 등에 의해 주가가 움직인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 같다"고 말했다.
굿모닝신한증권에 따르면 과거 남북관계 긴장이 고조됐던 당시에도 외국인들은 일제히 매도 입장을 취하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핵관련 이슈가 부각됐을 때는 오히려 매수를 보였다. 지난 1993년 북한이 1차 NPT(핵확산방지조약) 탈퇴 선언을 했을 당시 두 달간 외국인은 9000억원 이상을 순매수했다. 심지어 이듬해 북한 영변의 핵 의심시설 폭격 가능성이 대두됐을 때도 외국인은 두 달간 1000억원 이상 매수우위였다.
일각에서는 최근 외국인이 현물을 사고 선물을 판 데 대해 북핵 파장 확산에 대비한 헤지(위험회피)거래 증가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러나 "일부 현?선물 등을 이용한 헤지거래 움직임은 있겠지만 북핵 이슈가 최악으로 치닫더라도 이미 200조원 이상의 한국주식을 보유한 외국인이 시장충격을 유발하면서까지 쉽게 처분에 나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