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의 비리사건이 잇따라 터져 나오는 가운데 노동조합의 잘못된 지배구조가 부정부패의 한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배규식 연구위원은 10일 '노조 지배구조의 위기'라는 연구보고서를 통해 "노조활동의 민주화로 과거에 비해 줄긴 했지만 은밀한 곳에서는 부정부패가 여전히 남아 있는 등 지배구조에 문제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배 연구위원은 지배구조의 문제점으로 노조 임원 선거때 후보자들이 이념과 정책 경쟁을 통해 전체 근로자의 이익증대를 생각하기 보다 자기 계파이익을 앞세운 분파적 선거정치에 집착하고 있는 점 등을 꼽았다. 그는 또 "노조가 기업별로 조직돼 있고 정규직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비정규직이나 미조직 노동자에 대한 처우개선을 등한시하고 내부의 자원배분을 왜곡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조 집행부 활동에 대한 내부 감독과 견제시스템인 회계감사제도가 있으나 이 제도가 기아차노조와 항운노조, 버스노조 등 최근 비리사건이 발생한 곳에서는 실효를 거두지 못한 채 무기력함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당초 노동조합법에는 행정관청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경리상황을 조사하거나 필요한 서류를 검사할 수 있도록 했으나 노동계가 노조탄압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지난 97년 노동법 개정과정에서 이 조항이 폐지됐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