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따라잡기 아직 멀었다" .. 현대차 몸 낮추고 내실다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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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시장을 겨냥한 공격적인 경영으로 양적 팽창을 추구해왔던 현대·기아자동차가 내실 다지기를 통한 질적 성장으로 방향을 틀어잡았다.무리한 외형 확장보다는 생산성 향상과 품질 개선,고부가가치 차종 개발 등으로 차분히 경쟁력을 키워 5년내 세계 6위의 자동차 메이커로 발돋움한다는 비전을 수립했다.
현대·기아차 전략조정실장 겸 마케팅총괄본부장인 최한영 사장은 10일 기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현대·기아차그룹의 구상을 밝혔다.
최 사장은 "규모를 중시하는 외형성장 일변도의 전략보다는 생산성과 품질 개선,고부가가치 차량 개발,조직능력 강화 등 내실을 다져 5년 뒤인 오는 2010년에는 세계 6위권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336만대를 판매,GM 포드 도요타 르노 폭스바겐 다임러크라이슬러 푸조에 이어 8위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393만대를 팔아 푸조를 제치고 7위에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기아차의 '내실 다지기' 전략은 최근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 자동차업체의 약진과 GM 등 미국 '빅3'의 부진에 따른 세계 자동차시장의 판도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나온 포석이다.
최 사장은 질적 성장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생산성 향상을 꼽았다.
그동안 집중적으로 공을 들인 결과 품질 면에서는 경쟁업체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생산성은 현저히 떨어지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1인당 생산대수(2003년 기준)는 32대로 도요타(54.4대)의 59% 수준에 머물고 있다.
1인당 영업이익도 2만5750달러로 도요타(10만5115달러)의 24%에 불과하다.
2003년 현대·기아차의 경영 성과는 도요타의 1985년 수준이라는 것이 현대차의 자체 분석이다.
최 사장은 "현대·기아차의 대당 매출액은 도요타의 60% 수준"이라며 "특히 지은 지 50년이 훨씬 지난 노후 공장이 많은 미국보다도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렉서스(도요타)'와 비교해 브랜드 가치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도 역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GM을 비롯한 미국 '빅3'의 실적 부진과 관련,미국 정부와 업체들이 통상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나타냈다.
최 사장은 "현대차가 도요타와 같이 미국 자동차업체를 위협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라며 "차종의 다양성이나 브랜드 가치,매출 규모 면에서 볼 때 현대차가 미국 업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견제 대상으로 평가받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설명했다.
최근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미국의 통상 제재를 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가 '차기 도요타(Next Toyota)'로 과대 평가돼 '미국발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시한 셈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달 20일 미국 앨라배마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지만 해외생산 비중이 전체 생산 실적의 14.5%에 불과해 폭스바겐(62.7%) 혼다(60.9%) 도요타(41.0%)에 비해 아주 낮기 때문에 세계 정상급 업체와 같은 잣대로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