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피아노계를 대표하는 거장 레온 플라이셔(77)가 처음으로 한국에 온다. 피아니스트에겐 생명과도 같은 손가락이 갑작스레 마비되면서 30년 넘게 왼손으로만 피아노를 쳤던 불굴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왼손의 피아니스트'로 불린 그는 지속적인 치료와 노력으로 마비됐던 오른손이 조금씩 회복되면서 지난해에는 '투 핸즈'(Two Hands)라는 제목의 음반까지 발표, 화제를 모았다. 첫 내한무대에서는 그 불굴의 노력으로 회생한 양손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다음달 1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음악당 콘서트홀 재개관 기념공연으로 펼쳐진다. 플라이셔는 1928년 샌프란시스코 태생으로 올해 나이 77세. 여든을 앞둔 지금까지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다. 1952년 세계적 권위의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세계 무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클리블랜드 오케스트라 상임 지휘자를 지낸 조지 셀과 녹음한 브람스, 베토벤 협주곡 등 여러 명반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한창 왕성하게 활동할 나이인 37세 때 '근육긴장이상증'이라는 병으로 오른손이 마비되면서 피아니스트의 생명이 끊길 위기를 맞았다. 커리어에는 큰 타격이었지만 플라이셔는 이에 굴하지 않고 왼손을 위한 레퍼토리를 개발하면서 왼손 연주로 다시 무대에 올랐다. 90년대 중반에 보톡스 치료로 오른손이 회복되기 시작해 간간이 양손 연주를 펼치며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특히 40년 만에 양손 연주로 녹음한 '투 핸즈' 음반은 클래식 음반으로는 드물게 10만장이라는 판매고를 올리며 베스트 음반에도 뽑혔다. 그는 지휘자, 특히 교육자로 더 유명하다. 피바디, 커티스 음악원, 토론토 왕립 음악원 등에서 가르친 그는 국내에도 신수정, 이대욱, 강충모 등 제자들을 여럿 두고 있다. 이번 무대를 장식할 프로그램은 바흐의 '칸타타 중 양들은 한가로이 풀을 뜯고', 다이나 코스튼의 '메시지 I', 조지 펄의 '왼손을 위한 연주곡', 레온 커쉬너의 '왼손을 위하여', 로저 세션스의 '나의 일기 중 네 곡', 브람스의 '왼손을 위한 샤콘',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B플랫장조 D.960' 등. 레퍼토리가 바로크과 낭만, 현대를 넘나들고, 왼손과 양손 연주를 병행한다. 펄과 커쉬너의 곡은 플라이셔를 위해 쓰인 작품이다. 서울 공연에 앞서 27일에는 제자 이대욱이 지휘자로 있는 울산시향과 협연하고, 이어 28일에는 부산 문화회관 대극장에서도 독주회를 갖는다. 2만-5만원. ☎02-780-6400.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