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노조도 채용비리...홈페이지에 비난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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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 4만2000여명으로 국내 단위노조 최대 규모인 현대자동차 노조의 채용비리가 10일 사실로 확인되면서 노동계에 메가톤급 충격파를 던져주고 있다.
이날 현대차 노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노조의 도덕성에 대한 집단성토와 진실규명 촉구,자성과 반성 등을 요구하는 의견들로 봇물을 이뤘다.
'왜 이러십니까'란 제목의 글을 쓴 조합원 우연홍씨는 "해마다 그냥 넘어간 적이 없을 만큼 자신들의 요구를 위해 파업하면서 뒤로는 딴 장사를 하고 있었다"고 개탄했다.
ID가 '레인맨'인 한 조합원은 "현자 노조는 기아차 사태 이후 자기반성과 자정을 다짐하는 결의문을 채택해놓고 불과 4개월여 만에 이를 배신했다"며 "읍참마속의 결단으로 비리자들을 스스로 색출하라"고 촉구했다.
물론 이번 검찰수사가 노조의 임단협을 뒤흔들려는 기획수사라는 의견도 제기되는 등 이날 현대차 노조 홈페이지는 하루종일 노조의 인사채용 비리를 놓고 치열한 공방으로 물결을 이뤘다.
외환위기 이후 흡사 바늘구멍과도 같은 현대차 취업 과정에 노조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국내 노동운동의 메카임을 자임해온 현대차 노조의 도덕성에 일파만파의 치명타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 노조 간부와 대의원들의 취업비리는 국내 최대,최강 노조로 자리를 다지는 과정에서 회사에 대한 입김이 강해졌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회사의 노조 간부 등 임기 2년의 집행부 전임자는 90여명. 사업부별로 노조원이 직접 선출하는 임기 1년의 대의원들은 모두 370여명에 이른다. "대의원 3~4선만 되면 공장장과 맞먹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간부들의 힘은 막강하다. 필명이 '컨베어맨'인 한 조합원이 자유게시판에 "이번 기회에 조합원 위에 군림하는 대의원들을 정리해야 한다"고 지적할 만큼 노조 전임자에 대한 조합원들의 시각은 그리 곱지 않다. 해마다 강성 노조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 없는 회사로서도 노조 간부의 인사청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검찰 수사관들의 분석이다.
울산지검이 2001년 9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현대차 노조를 이끈 10대 집행부 간부들의 인사청탁 비리를 상당부분 포착한 것으로 알려진 뒤 현대차 노사는 검찰수사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더구나 당시 노조위원장을 지낸 이헌구씨는 현재 민주노총 울산본부장을 맡고 있어 검찰의 수사결과에 따라 민노총이 주도하고 있는 울산 건설플랜트 노조 파업과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의 노동운동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와 관련,이씨는 "3년 전의 일에 대해 지금 수사하는 것은 노조를 흠집 내려는 처사와 같다"고 반발했다.
검찰은 현대차로부터 2002년 이후 채용된 2000여명의 신입사원 가운데 추천인에 대한 광범위한 자료를 확보하는 등 채용비리 수사에 신중을 기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추천인 가운데는 전·현직 노조 간부는 물론 회사측 고위간부와 지역 유력인사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어 자칫하면 이번 사건이 권력형 인사청탁 비리로 확대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울산지검 이재원 차장검사가 10일 "수사가 여러방향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고 시사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