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서 유학 중인 김수진양(28)은 최근 친구들과 PC방에서 한 게임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메이플 스토리'와 똑같은 게임을 발견하곤 깜짝 놀랐다. 아직 서비스가 시작되진 않았지만 게임의 구성과 화면(스크린샷) 등이 한국 게임업체 넥슨의 '메이플 스토리'와 전혀 다를 게 없었다.


'콰이러시유(快樂西遊)'란 이름의 이 게임은 중국 디주청스(第九城市)라는 게임업체가 개발한 것이다. 게임 캐릭터와 아이템 모양만 현지화했을 뿐 게임 구성과 진행 방법 등이 '메이플 스토리'와 똑같다. 횡 스크롤이라는 독특한 게임 방식마저 영락없이 닮았다.


○줄줄이 베끼기 위험수위


중국 최대 게임업체인 샨다는 2001년 9월부터 한국 위메이드가 개발한 '미르의 전설2'를 '촨치(傳奇)'란 이름으로 서비스했다. 그런데 2003년 10월 이 게임을 모방한 '촨치스제(傳奇世界)'를 내놓았다. 이름만 조금 다를 뿐 '촨치'와 사실상 똑같은 게임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다. 초기 화면부터 전투장면 아이템 캐릭터 지도 등 대부분이 똑같다.


넥슨의 아케이드게임 '비앤비',CCR의 '포트리스'도 마찬가지다. '비앤비'는 중국에서 '파오파오탕(包包堂)'이란 이름으로 샨다를 통해 서비스되고 있다. 그런데 텐센트테크놀로지라는 중국 업체가 게임 방식,아이템 획득 방법 등이 똑같은 'QQ탕'이란 게임을 내놓았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최고 인기게임으로 떠오른 넥슨의 '카트라이더'마저 중국에서 '짝퉁'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카트라이더'는 아직 중국에 진출하지도 않은 상태다.


○한국 게임 베끼면 무조건 성공


'촨치스제'는 중국에서 대단한 인기를 끌며 서비스 개시 1년도 안돼 '미르의 전설2'를 위협할 정도로 컸다. 올 들어 '미르의 전설2'와 '촨치스제'는 중국 현지에서 동시 접속자수 기준으로 50만명 안팎을 기록하며 1위를 다투고 있는 실정이다.


'미르의 전설2'를 모방해 만든 이 게임이 폭발적 인기를 끌면서 한국 게임을 무차별적으로 베끼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 게임이 중국에서 통하는 데다 베낀 게임도 똑같이 인기를 끌자 적은 돈을 들여 이익을 내기 위해 베끼기에 나서는 중국 업체가 늘고 있다.


'비앤비'를 본떠 만든 'QQ탕'도 올해 서비스를 시작하자마자 돌풍을 일으키며 단숨에 게임 순위 20위권에 진입했다. 'QQ탕'은 이런 인기에 힘입어 최근 일부 유료화를 실시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메이플 스토리'를 본뜬 '콰이러시유'도 올 연말께 공개될 예정이다.


○막을 방법이 없다


문제는 이를 저지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박관호 위메이드 사장은 "중국이 지식재산권에 대한 개념이 희박해 속수무책인 상황"이라며 "국내 게임사들이 중국의 법규를 잘 모르는 데다 소송을 해도 시간이 오래 걸려 실효가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르의 전설'을 개발한 위메이드는 2003년 10월 샨다를 지식재산권 침해 혐의로 제소했지만 1년 반이 지난 지금도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다. 샨다의 '촨치스제'는 '미르의 전설'의 인기 덕을 톡톡히 보고 있지만 위메이드로선 불확실한 소송 결과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소송에 앞서 제기했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내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해외시장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에 대해서는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