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3 00:01
수정2006.04.03 00:04
국세청은 11개 사채업체를 거느린 '사채 그룹'을 운영하면서 1000억원이 넘는 소득을 숨겨 400억원을 탈세한 L씨(52) 등 사채업자 18명을 적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은 월 최고 25%의 고금리로 이자를 받아 수십억원에서 1000억원의 이익을 챙겼지만 세금은 거의 신고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정수기 사용료에서 찾아낸 400억원의 세금
지난 4월말 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은 폐업을 가장한 사채업자 H씨 관련서류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그가 운영하는 사채업소가 매달 9만원 가량의 정수기 렌트 비용을 지출해온 사실을 발견,배달처를 확인한 결과 11개 사무실이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후 조사를 확대한 결과 실제 전주(錢主)인 L씨가 부동산을 매입한 뒤 이를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사채자금을 마련하는 등의 수법으로 5년간 무려 1조87억원의 돈을 굴리며 1천58억원을 벌어들인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가 국세청에 신고한 소득금액은 고작 18억원이었다.
탈세한 세금만도 400억원에 이른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L씨는 자신은 드러나지 않게 13명의 대리인을 내세워 대부업을 해왔으며 200여명에 이르는 직원들을 점조직으로 운영했다.
특히 모든 서류를 암호화해 사용하는 고도의 수법을 이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A'는 1000만원,'B'∼'H'는 2000만∼8000만원,'I'는 9000만원을 뜻하며 +를 쓰면 0을 하나 더 붙여 단위를 올리는 것으로 사용해 왔다.
'B+E'는 2억5000만원이라는 얘기다.
'M'은 만남, 'E'는 이자율 등의 암호로 사용했다.
○'할인마트깡'도 등장
경기 수원 소재 H정보 대표 S씨(35)는 20여명의 전화상담원을 고용해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의 신용카드를 등기로 받아 백화점과 할인마트에서 물품을 구입한 뒤 이를 되팔거나 물품 구입을 가장하는 수법으로 대부업을 해왔다.
무려 6000여 차례에 걸쳐 200억원대의 카드대금을 대납하면서 30억원의 수입을 올렸지만 신고하지 않았다.
전주에 사는 L씨(47)와 H씨(46)는 특수관계에 있는 기업체를 통해 비자금을 만든 뒤 이를 활용,무등록사채업을 해오다가 적발됐다.
이들은 100억원의 자금을 운용하며 25억7000만원을 벌었지만 세금은 한푼도 내지 않았다.
또 대전의 사채업자 L씨(50)는 유흥업소 종사원 등을 상대로 돈을 빌려준 뒤 회수가 어려우면 매춘까지 강요,5억3000만원의 이자소득을 올리고도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