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의 농기계 생산업체인 국제종합기계가 산업은행의 협조로 그동안 써온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하고 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려 금융권에 화제가 되고 있다. 이경수 국제종기 이사는 지난 10일 청와대 홈페지 게시판에 '진정한 용기를 보여준 사람들'이란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가 올린 사연에 따르면 국제종기는 1986년 4개 시중은행으로부터 20년 만기의 산업합리화여신을 우대금리(프라임레이트)로 대출받았다. 당시 프라임레이트는 연 9.0~9.95%로 1999년 3월까지만 해도 일반 대출금리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1999년 4월부터 시장금리가 급속히 낮아지면서 프라임레이트가 오히려 일반 대출금리보다도 높아지게 됐다. 이에 회사측은 "산업합리화여신의 취지를 살려 대출금리를 인하해달라"고 은행들에 요청했다. 그러나 은행측은 "당초 대출약정서에 프라임레이트를 적용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며 거절했다. 시중은행들은 1999년 초 금리체계를 변경하면서 프라임레이트 대출제도를 폐지한 상태였다. 따라서 마지막으로 고시된 프라임레이트를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게 은행들의 주장이었다. 회사측은 "프라임레이트 제도가 없어졌는데도 마지막 고시된 고금리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며 5년여 동안 금리 인하를 요청했지만 은행들은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국제종기는 산은에 도움을 청했고 전후 사정을 파악한 산은측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가 저리로 대환대출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산은의 지원도 순탄치는 않았다. 국제종기의 신용등급이 낮아서 산은 규정상 신용대출이 불가능했던 것이다. 이에 산은은 모기업인 동국제강의 지급보증으로 문제를 해결키로 하고 4개 시중은행에 제공한 모기업의 연대보증이 대환대출에도 승계될 수 있는지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다행히 공정위는 국제종기의 딱한 사정을 수용,대환대출에도 지급보증이 승계된다는 유권해석을 내려줬다. 이후 국제종기는 기존 금리보다 약 3%포인트나 싼 연리 6.80%로 산업은행에서 대환대출을 받아 산업합리화 여신(5백40억원) 전액을 상환했다. 덕분에 연간 20억원 규모의 이자를 절감할 수 있게 됐으며 신용등급도 BB+에서 BBB-로 상향돼 회사채 발행을 할 수 있게 됐다. 이 회사의 5백여 종업원은 산은과 정부의 도움에 보답하는 차원에서 올해 임단협을 회사측에 위임하는 등 노사가 공동으로 경영정상화에 매진키로 결의를 다졌다. 이 이사는 "기업의 억울함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아파하고 도움을 준 분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용기있는 사람"이라고 글을 맺었다. 국제종기는 과거 국제그룹 계열이었으나 1980년대 국제그룹이 해체되면서 동국제강 계열사로 편입됐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