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 줄이고 돈 더 받겠다" .. 현대차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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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장사’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임금삭감 없이 현재 48시간(잔업포함)의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줄이고 해외공장을 세울 때는 사실상 노조와 반드시 합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무리한 단체협약안을 들고 나와 물의를 빚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3일 임금인상 요구안(10만9181원)을 확정한데 이어 근로시간 단축 등을 골자로 한 올해 단체협약 요구안을 11일 최종 확정했다.
노조의 임단협 요구안에는 임금 및 상여금 인상 외에도 △주간 2연속 교대제 시행(근로시간 단축) △해외공장 신설시 노조와 사전합의 △소유와 경영 분리 명시 △정년 58세에서 60세로 연장 등 현실성이 떨어지는 요구가 많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단체협상의 최대 쟁점은 '주간 연속 2교대제'.노조는 오는 2008년 4월1일부터 시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사측을 강도높게 밀어붙인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노조의 요구대로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실시되면 근로시간 단축은 차치하고라도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다는 데 있다.
현재 현대차 공장은 10시간씩 2교대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주간연속 2교대제는 8시간씩 2교대제로 돌아가는 시스템이다.
결국 주 48시간인 근로시간(주간 근무조 기준)이 40시간으로 8시간 줄어들게 된다.
연간 정규작업 시간도 5200시간에서 4160시간으로 20% 감소한다.
이에 따라 회사 입장에서는 현 생산량을 맞추려면 인력을 충원하거나 설비를 늘릴 수밖에 없다.
노조가 단계적인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노사 대표 5명씩으로 '노동시간통제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외에 공장을 지을 때 사실상 노조의 '승인'을 거치도록 한 요구조항도 터무니없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노조는 "해외공장(CKD공장 포함)은 노사 간 심의의결 없이는 신설할 수 없다"는 문구를 단체협약에 명시하자는 입장이다.
사실상 합의조항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그룹의 해외생산 비중은 전체 생산의 14.5% 수준에 불과해 폭스바겐(62.7%) 혼다(60.9%) 도요타(41.0%)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에 비해서는 현저히 낮다"며 "해외 생산 비중이 낮을수록 인건비와 물류비 부담이 가중되고 통상압력에 노출될 확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노조의 요구가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명한 경영을 위해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자'는 요구조건은 최근의 책임경영체제 흐름과도 배치된다.
정년연장 주장 역시 청년실업 급증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현실에 맞지 않는데다 자동차 생산라인의 업무상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간신히 품질을 세계적인 수준까지 높여놓은 상황에서 노조가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무리한 요구조건을 들고 나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GM 등 미국 '빅3'의 실적부진으로 통상압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요구를 내세우기 보다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