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주변 재개발구역 내 고도제한을 완화해주는 과정에서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담당부서의 반대 의견을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5월4일 열린 제7차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안에 따르면 시 관련 부서들은 부동산 개발업체 H사의 사업구역인 중구 충무로4가 79 일대(세운상가구역 제32지구)의 층고 완화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도시계획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당시 실무를 맡았던 도시계획과는 "사업 대상지가 남산과 가까워 높이 제한 완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도시계획 상임기획단도 "100m 이하로 제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유재만 부장검사)는 11일 미래로RED에 이어 H사 등 부동산 개발업체 2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들 3개 업체는 모두 청계천 일대에서 고도 제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주상복합건물 신축을 추진 중이어서 이번 사건 수사가 청계천 재개발 사업 전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검찰은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금품을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H사 등 시행업체 두 곳의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고 밝혔다. H사는 당초 청계천 인근 세운상가구역에 지상 21층(85m),지하 6층 규모에 용적률 789%인 주상복합건물을 지을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4일 열린 도시계획위에서는 지상 32층(109.5m),지하 7층,용적률 959.77%로 상향 조정된 안이 통과됐다. 이날 검찰이 압수 수색을 벌인 또 다른 업체가 사업을 추진하는 곳으로 알려진 중구 회현동1가 31-1 일대(회현구역 제4-1지구)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고도제한이 19층(70m)에서 30층(109m)으로,용적률 역시 800%에서 980%로 완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해 5월 서울시가 주상복합 개발업자에게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이 담긴 도시환경정비 기본계획안을 조례규칙심의회에서 통과시킨 시기와 미래로RED 대표 길모씨가 양윤재 서울시 행정제2부시장을 상대로 로비를 벌여왔던 시점이 일치하는 점에 주목,추가로 결재라인에 있는 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벌여나갈 방침이다. 한편 검찰은 김일주 전 한나라당 성남 중원지구당 위원장으로부터 '길모씨의 부탁을 받고 이명박 서울시장을 만나 재개발 사업이 원활히 추진되도록 부탁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김 전위원장은 수사과정에서 '이 시장의 비서관인 김모씨에게 길씨를 소개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시장의 비서관 김씨를 소환,김 전 위원장 발언의 사실 여부를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강동균·정인설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