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해외 언론과 자동차 업계로부터 빠른 성장과 공격적인 확장으로 주목을 받고있는 현대기아자동차가 글로벌 순위목표를 하향조정하는 등 스스로 ‘몸 낮추기’에 나섰습니다. 그 배경과 의미를 김경식기자와 함께 짚어봅니다. 앵커> 현대기아차가 몸낮추기에 나선 배경은 무엇입니까? 기자> 현대·기아차 전략조정실장 겸 마케팅총괄본부장인 최한영 사장은 어제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현대기아차의 몸조심의 속뜻을 내비쳤습니다. 최 사장은 "현대·기아차가 ‘빅5’와 상대가 안되는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는 데도 최근 급성장을 이유로 굉장히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시키고 있다”며 “한국이 선발업체나 국가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굉장히 농후한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최 사장은 “현대ㆍ기아차의 지난해 매출액 49조원은 도요타의 4분의 1 수준이고 브랜드 가치는 6분의 1에도 못미친다”며 “1인당 매출액도 도요타의 30%, 1인당 영업이익은 24% 수준으로 아직 현대ㆍ기아차가 갈 길은 멀어 토요타 등과의 비교는 시기상조”라고 지적해 토요타와 함께 견제대상에 포함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지금까지 현대기아차가 공격적인 생산 확장 계획을 발표하고 잇단 해외 언론의 호평들에 대해 대대적으로 홍보를 해왔던 것에 비춰보면 상당히 이례적인 것입니다. 한 예로 지난 3월 26일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의 미국 앨라배마 공장 방문 점검의 보도자료를 통해 USA투데이가 보도한 “ 현대-기아차, 경쟁업체 추월위해 기아를 변속한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인용해 언론에 배포했습니다. 이 신문은 “빅3여 조심하라 당신들 뒤를 쫓고 잇는 것은 비단 일본업체뿐만아니라 현대 기아의 고속질주를 직시해야한다.”며 미국 여론에 현대기아차를 경계대상에 포함시키려는 의도의 기사였습니다. 또한 도요타미국법인의 최고운영책임자 짐프레스가 "우리의 뒤를 바짝 쫒고 있는 회사는 현대 기아차 밖에 없다."라는 인터뷰 내용을 현대차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해 대대적인 홍보자료로 언론에 배포한바 있습니다. 세계 여론 특히 미국의 여론이 현대차에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원인은 미국 자동차업체의 부진때문입니다. 지난 1분기 미국자동차 시장에서 GM의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줄었을 뿐만 아니라 시장점유율도 25.6%로 매년 떨어지고 있고 포드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어 결국 두 회사는 투자부적격등급으로 강등됐습니다. 크라이슬러를 포함한 미국 빅3업체의 1/4분기 시장점유율은 59%로 떨어져 처음으로 50%대로 주저앉았는데 반면에 도요타를 비롯한 일본업체와 현대차 등 아시아권 자동차업체의 미국내 시장점유율은 지난 3월 36%로 계속해서 늘고 있어 미국내 여론이 일본과 우리나라에 불리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자동차와 함께 현대차가 견제대상으로 부각될 경우 무역제재, 불매운동 등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을 현대기아는 크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앵커> 이에 따라 현대·기아자동차가 세계 글로벌 성장 목표도 한단계 낮춰 제시했는데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기자> 이날 최한영 현대기아차 전략조정실장은 “최근 현대ㆍ기아차의 약진을 높게 평가하는 내ㆍ외신 보도가 잇따르고 있지만 아직 세계 유수의 자동차업체의 견제대상이 될만한 단계가 아니며 경쟁력을 확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4~5년안에 세계 6위권에 도달할 수 있다”고 강조해 지금까지 견지해 왔던 세계 글로벌 성장목표를 한단계 낮춰 제시했습니다. 지난해 336만대의 자동차를 판매해 세계 판매량순위 8위에 올라선 현대기아차는 올해에는 393만대로 푸조시트로앵을 제치고 7위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2010년에 글로벌 톱5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성장 목표였습니다. 그러나 세계 5위권 진입을 위해서는 연간 생산 판매량 500만대 이상을 달성해 폴크스바겐,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선진업체 2곳을 제쳐야 하지만 이들 업체들이 100년 이상의 오랜 역사와 매우 튼튼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는 만큼 이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무리한 확장과 이에 따른 선발업체의 견제가 불가피해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글로벌 순위목표를 한단계 낮췄습니다. 이는 무리한 외형확장 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생산성과 브랜드가치 향상, 고부가가치 차량 개발 등 내실을 다지는 쪽으로 경영의 무게중심을 옮기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앵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이 현대차 경영전략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옵니까? 기자> 현대차는 2000년 24만4381대에 불과하던 미국시장 판매대수가 지난해에는 2배 가까운 41만8615대를 팔아 시장점유율을 1.4%에서 2.5%까지 끌어올리는 등 비약적인 성장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오는 20일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생산된 쏘나타의 판매 개시를 앞두고 있어 그 어느때보다도 현지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이번 최 사장의 발언이 단순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일시적인 것인지 아니면 근본적인 경영 전략의 변화인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릅니다. 하지만 과거 80년대 미국에서 일본차 판매가 급격히 늘어나, 미국 빅3자동차가 위기를 맞았을 때, 미국 정부가 일본에 엔화 절상을 요구하는 등 압력을 가하고, 사회적으로는 ‘일본차 불매운동’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현대차가 무역제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전략의 수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앞으로 미국, 중국, 인도, 터키 등 잇달아 발표됐던 해외 증설 정책도 일부 축소 조정이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앵커> 결국 이러한 현대차의 내실 다지기 경영 선언은 세계 자동차시장에서 현대·기아차에 집중될 수 있는 과도한 견제를 막기 위한 고육책으로 나온것인데 무역제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방안은 어떤 것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최한영 사장은 "현대기아차의 해외생산 비중은 전체 생산실적의 14%에 불과해 60%가 넘는 폭스바겐, 혼다나 40%가 넘는 도요타에 비해 현저히 낮다"면서 "현지생산 보다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현재의 구조에 비춰 무역역조로 인한 미국의 타겟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만약 무역제재 등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면 현대차는 이러한 글로벌 생산 비중의 취약성으로 인해 다른 경쟁사보다 타격이 심할 것을 전망됩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보다 적극적인 미국업체에 대한 유화정책이 필요합니다. 실제로 토요타 등 일본업체들은 GM,포드 등 미국업체의 경쟁력을 높여주기 위해 도요타 차량의 가격을 올리고 하이브리드 및 연료전지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발표하는 등 미국의 환심을 살만한 대책을 잇따라 밝히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앵커> 이번 현대기아차의 전략 수정에 따른 시사점은 무엇입니까? 기자> 그동안 도요타와 혼다 등 경쟁업체들은 틈만 나면 현대·기아차를 ‘차기의 도요타’ 등으로 추겨세우며 견제세력으로 부각시키기에 애써왔고 현대차 그룹도 지금까지는 이러한 전략에 휘말리는 행태를 보여왔습니다. 현대·기아차가 '내실위주의 질적 성장' 전략을 발표한 것은 GM·포드 등의 추락 속에 현대차가 과대포장돼 일본차와 함께 ‘미국발 역풍’을 맞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현실적 목표’를 제시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결국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성과에 자만하지않고 더욱 치밀하고 성숙한 영업과 홍보 마케팅 전략을 통해 실속을 챙기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김경식기자 ks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