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가 다시 한번 '불공정 계약' 파문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99년 여고생 3명으로 구성된 한스밴드와 당시 소속사 예당음향이 전속계약을 놓고 법정 소송까지 벌인 바 있다. 당시 서울지법은 한스밴드가 예당음향을 상대로 낸 '계약부존재확인청구'소송에 대해 '2001년 7월 12일까지 모든 연예활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조정안을 확정했고, 양측은 2003년까지 돼있던 계약기간을 2001년까지로 줄이는데 합의했다. 이후 2001년에는 최고 아이돌그룹이었던 H.O.T와 기획사 SM엔터테인먼트간의 불공정 계약이 화제가 됐다. H.O.T 역시 음반 수익금 배당 부분 등에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 알려져 한동안 가요계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이번에는 최근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개그맨들이 집단적으로 불공정 계약을 문제 삼고 있다. 윤택 김형인 정만호 등 SBS TV '웃음을 찾는 사람들'을 통해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개그맨들이라 파장이 더욱 크다. SBS와 SBSi가 공개 모집한 이들은 스마일매니아라는 회사에서 위탁교육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SBSi와 스마일매니아에 이중으로 계약돼 있는 것. SBS 예능국 한 간부는 "방송사에서 공채를 할 경우 방송사 PD나 선배 개그맨들이 교육을 시켜왔는데, 보다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위해 '개그콘서트' 등에서 스타를 키운 경험이 있는 스마일매니아 박승대 대표에게 교육을 맡긴 것"이라 설명했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계약은 이와는 별도로 작년 가을 스마일매니아와 체결한 이면계약. 개그맨들은 계약금이 거의 없다시피하고, 계약기간이 10-15년이라는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또 "이 계약을 맺을 당시 소속사에서 계약을 맺지 않으면 방송 출연 등에 대해 불이익을 주겠다는 강압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소속사측은 "3년간의 위탁 교육이 끝나는 시점에서 발생하는 장래계약이므로 이면계약이라 할 수 없다. 또한 계약금 부분은 지금까지 교육비와 숙식비 등으로 상쇄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러한 논란이 일게 된 것은 연기자, 가수 등 연예인들과 매니지먼트사의 처한 위치에 따른 입장차이 때문이다. 연예인으로서는 일단 스타가 되고 나면, 신인 혹은 무명 시절 맺었던 계약이 자신에게 불리하다고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보통 연기자들도 신인의 경우 5년 계약에 수익금 배분율은 50(연기자)대50(소속사)이다. 톱스타는 80대20 또는 90대10, 심한 경우 연기자는 회사에 이름만 올리고 수익은 모두 가져가는 케이스까지 있다. 그러나 매니지먼트사에서는 신인 발굴시 '위험 부담과 그에 따른 대비책'으로 본다. 숱하게 많은 신인들에게 투자가 되지만, 정작 돈을 벌 수 있는 스타로 올라서는 경우는 흔치 않다. 스타 개인으로만 보면 자신의 이익이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여러 군데 분산 투자중 귀하게 얻게 되는 이익인 셈이다. 실제 박승대 대표 역시 '개그콘서트'의 박준형, 정종철, 김시덕, 정형돈 등 스타를 발굴했지만 이후 계약 조건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이들이 탈퇴해 한동안 심한 타격을 입게 됐다. 이 때문에 나름대로 '장래계약'이라는 '안전장치'를 마련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사태를 보는 시각은 연예인과 매니지먼트사에 따라 다르다. 한 중견 매니저는 "신인들을 스타로 키우기까지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든다. 그런데도 스타로 뜨면 혼자 힘으로 이뤘다고 생각해 계약 파기 등을 주장한다. 이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계약기간내 다시 계약 내용을 조정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연예인의 경우에는 "시작부터 불공정 계약이지만, 연예계 진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 어느 정도 수익을 내는 위치에 올라서면 회사에게 예전보다 나은 권리를 주장하고 싶은 게 사실"이라고 말한다. 이번 '웃찾사' 개그맨 파동이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 지 방송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