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아직 언론을 통제하는 대표적인 국가의 하나다. 1989년 톈안먼 사태 때 실각한 자오쯔양이 올 초 사망했을 때도 중국 내에 배달되는 외국 신문을 가위질할 정도로 필요할 때는 엄격하게 검열하고 있다. 지난 11일 당 기관지인 인민일보가 비록 영문 인터넷판이긴 하지만 '다음주 위안화 절상'이란 오보를 내자 곧바로 국제금융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국제금융시장이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을 타고 전해진 인민일보 보도를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 위안화 선물과 엔화 등은 한때 강세를 보였지만 인민은행 대변인의 부인과 외신들의 '오보' 인정으로 인해 곧바로 추락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문제의 보도는 반관영 통신사인 중국신문사가 지난 7일 보도한 홍콩발 기사를 인민일보가 영문으로 옮기면서 잘못 번역한 때문으로 확인됐다. 중국신문사가 "인민은행 대표단과 미 재무부 관계자의 회동(9일)을 앞두고 국제금융시장이 1개월 및 1년 후 위안화가 각각 1.26%와 6.03% 절상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던 것을 인민일보가 받아 인민은행이 발표하는 것처럼 잘못 전한 것이다. 인민일보 오보 소동은 파장이 적지 않았던 '사건'이었지만 다음날 배달된 중국신문 어디에도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의 인터넷판이 외신을 인용해 전한 기사 정도만 있었을 뿐 소동 직후 문제의 기사를 삭제했던 인민일보 사이트에마저도 해명 기사 한 줄 없었다. 인민일보는 신화통신과 함께 전세계 중국 전문가들이 중국의 변화를 읽는 양대 소식통이란 점에서 해명이 없는 것은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문제의 기사를 내보냈던 중국신문사는 이날 홍콩발 기사로 위안화 절상 기대감이 수그러들었다고 보도,중국 정부가 사태 진화에 나서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소동이 위안화 절상에 대한 시장 반응을 미리 떠보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 해프닝은 위안화 절상 문제가 국제금융시장에서 얼마나 큰 관심이 쏠린 현안인지를 다시 한번 분명히 보여줬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