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랩을 내려서는 순간, 첫 호흡에 와닿는 산소의 농밀함부터 다르다.


키나발루산의 거대 원시림이 뿜어내는 청량함이 열대 특유의 텁텁함을 저만치 밀어내는 느낌이다.


마중나온 말총머리 가이드는 이곳 코타키나발루를 "동남아 여행의 다양한 거리들을 한곳에 모아놓은 곳"이라고 표현한다.


시가지의 부산함 속에서 들썩이다가 몸을 추스리면 어느 조용한 해변가에서 석양을 즐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해변이 싫증날 때 쯤이면 산으로 발걸음을 옮겨도 좋다.


동남아 최고봉인 키나발루산이 태고의 모습 그대로 등산객들을 반겨준다.


산기슭을 따라 길을 쫓다보면 래프팅과 온천욕을 즐기는 여행객들을 만날 수 있다.


아, 골프도 빼놓을 수 없다.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보루네오 클럽을 포함해 최고급 부대시설을 갖춘 필드가 주야로 골퍼들을 유혹한다.


보루네오 섬 북단에 위치한 말레이시아 사바주의 주도 코타키나발루.


'영혼의 안식처'라는 이름처럼 도심과 원초적 자연이 공존하며 여행객들을 깊은 휴식과 제공한다.


코타키나발루의 매력은 이곳을 에워싸는 거대한 키나발루 산으로 집약된다.


고도 4094m,면적 754㎢, 보루네오 섬은 물론 동남아 일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산이며 싱가포르 섬 전체 면적보다도 넓다.


150만년전 화강암이 지표를 뚫고 상승하면서 형성되기 시작한 이 원시림은 코타키나발루를 거대한 '에코토피아'로 만들었다.


최근들어서는 이곳 키나발루산을 등정하기 위해 일부러 코타키나발루를 찾는 여행객들도 많다고.


키나발루산의 등정은 팀폰혼 게이트에서 시작된다.


시내에서 해발 1800m위치의 이곳까지 차로 약 2시간이 걸린다.


산길을 달려 울창한 자연속에 자리잡은 팀폰혼에 도착하면 날씨는 여름을 떠나 어느새 청명한 가을에 닿아있다.


산에 오를 마음이 없다면 이곳에서 산책로를 따라 가벼운 트레킹을 즐겨도 된다.



#북적거리는 키나발루


키나발루산의 등정에는 1박2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공원본부에서 입산 신고를 마치고 등정에 나서 5시간여를 걷다보면 해발 3353m의 라반라타 산장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새벽 3시쯤 다시 등정에 나서면 3시간쯤 지나 정상인 로우스 피크에 도착하게 된다.


거대한 화강암으로 이뤄진 이곳 로우스 피크에서 보는 일출은 새벽 등산의 고단함을 충분히 보상한다.


보루네오 북부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풍광이 압권이다.


키나발루산은 세계에서 가장 큰 꽃이라는 라플레이사,곤충을 잡아먹는 낭상엽를 비롯해 다양한 동식물이 공존하는 생태의 보고다.


지난 2000년에는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키나발루의 자연을 하나씩 음미하며 하산길에 나서다보면 어느새 출발지인 팀폰혼으로 돌아온다.


키나발루산 등정은 1박2일인 만큼 2~3개월전에 미리 라반라타 산장을 예약하는 것은 필수다.


전세계에서 찾아오는 등산객으로 산장은 항상 만원을 이루기 때문이다.




#진녹색 산호초 장관


코타키나발루의 해안은 키나발루산을 닮은 진녹색의 산호초가 장관을 펼친다.


특히 코타키나발루 앞에 점점히 서있는 섬들로 이뤄진 툰쿠 압둘 라만 공원은 코타키나발루를 대표하는 산호초 군락이다.


시내에서 보트를 타고 20~30분 가량을 달리면 섬들과 맞닥뜨리게 된다.


가야섬,사피섬,마누칸 섬 등 각 섬들이 순백의 해변을 끼고 다양한 해양스포츠를 제공한다.


특히 스노클링과 다이빙의 인기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거대한 산호군을 형성한데다 사바주의 강력한 자연보존 정책으로 말레이시아에서도 인기있는 다이빙 포인트로 꼽힌다.


저녁으로 접어들고 있다면 절대로 남지나해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석양을 놓치지 말라.


동남아에서도 비교적 쾌적한 이곳 기후와 습도, 높은 산소 밀도가 어우러지면서 황활하리만치 붉은 빛으로 서쪽 하늘을 달군다.


시내에서 관광객들 즐겨찾는 곳은 필리핀마켓과 시그널 언덕이다.


시내 신수란가의 해변에 위치한 필리핀마켓은 각종 수공예품과 진주,호안석으로 만든 민속기념품을 값싸게 살 수 있다.



#골퍼들의 파라다이스


코타키나발루가 한국에 처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골프’다.


연중 섭씨 21~32도의 기온과 야간에도 즐길 수 있는 부대설비,아름답게 휘돌아나가는 코스로 한국 골퍼들에게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잭 니클라우스가 설계한 보르네오 골프클럽은 이곳을 대표하는 골프장이다.


화려한 풍광과 최고급 부대시설을 갖춰 프로골퍼들도 즐겨 찾는 곳이다.


야간 조명 시설이 돼 있어 밤에도 라운드가 가능하다.


달릿베이 CC는 난이도 높은 코스로 유명하다.


병풍처럼 드리워진 키나발루산의 빼어난 경관은 감탄사와 함께 쌓였던 짜증을 한 순간에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코타키나발루=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여행수첩]


코타키나발루는 '바람 아래의 땅'이라고 불린다.


태풍이 발생하는 남지나해와 필리핀해의 남쪽에 있어 태풍의 영향권에서 자유롭다는 뜻이다.


기온도 동남아에서는 비교적 온화한 21~34도 수준.


총 인구는 4백만명으로 30여 종족이 거주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부터 인천과 코타키나발루를 잇는 직항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 정기운항하며 비행시간은 4시간 50분이다.


그동안 골프를 제외하고는 여행상품이 적었지만 최근에는 저렴한 여행상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고급리조트는 5곳이 있다.


각각의 특색이 있어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다.


국내 여행상품 중 키나발루산 등정 단독상품은 따로 없다.


현지에서 등반패키지를 옵션으로 선택해야 한다.


하나투어와 글로벌투어리즘 등이 패키지상품을 내놓고 있다.


말레이시아 관광청 (02)779-4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