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계 "美 유학파 입맛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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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에서 펀드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는 최동민씨(가명·35)는 요즘 '추억의 음식'을 먹는 맛에 푹 빠졌다. 10년 전 미국 유학시절 자주 찾았던 베이커리 카페 오봉팽(au bon pain)이 회사 근처에도 생겼기 때문이다.
최씨는 매일 증권시장이 마감되면 카페로 달려가 베이글 빵으로 출출한 배를 채우며 유학시절의 추억을 되새기곤 한다.
외식업계에 '미국 유학생들의 입맛'이 화두로 떠올랐다.
해마다 미국 등 해외로 떠나는 유학생이나 비즈니스맨들의 수가 증가,관련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파파존스피자 오봉팽 등 유학생 출신을 겨냥한 정통 미국식 외식업체들이 성공을 거두자 12일 미국식 패밀리 레스토랑 루비튜스데이가 신촌점을 오픈하는 등 신규 진입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업계에선 미국 유학생 출신의 입소문을 타면 '금맥'을 캐는 것과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파파존스피자는 지난 2003년 7월 압구정동에 1호점을 낸 후 강남권을 중심으로 현재 16개의 직영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미국 피자시장 1위인 파파존스는 기존 피자업체와 달리 정통 미국식 입맛을 내세우며 유학생 출신 사회를 파고들어 업계 4위로 부상했다.
파파존스 관계자는 "미국에서 기숙사 생활을 했던 유학생이라면 하루 한끼 정도는 파파존스피자로 해결한 경험이 대부분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며 "해외 생활 경험자들이 많은 강남권에 첫 점포를 낸 게 주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ABP코리아의 오봉팽은 미국 동부를 중심으로 250개 매장을 갖고 있는 브랜드로 지난 2003년 1월 광화문에 1호점을 낸 후 현재 여의도,종로,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등 총 4개의 직영 매장을 운영 중이다.
컬럼비아 하버드 등 미국 동부의 유명 대학이나 병원에 들어가 있어 주로 미국 MBA출신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타벅스 커피가 돌풍을 일으킨 후 어설픈 '퓨전'보다는 '정통'이 더욱 인기를 끌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국제교육재단(IIE)에 따르면 미국 내 한국 유학생 수는 지난해 말 현재 5만2484명에 달하고 있다.
정석환 오봉팽 영업팀장은 "서울 소재 대학 교수의 80%가량이 미국에서 학위를 받았고 최근 몇 년 사이 웬만한 대학생이면 해외 어학연수 경험을 갖고 있어 유학생 출신 대상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피자업계 한 관계자는 "정통을 내세우는 업체들이 대부분 1∼2년 정도는 성공을 거둔다"면서 "하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메뉴로 변화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사업 확장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