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경제팀이 출범한 이후 한 부총리와 박승 한국은행 총재,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정문수 대통령 경제보좌관이 배석자 없이 참석하는 주례(週例) '명동 조찬회의'를 통해 금리 환율 부동산 등 주요 정책현안을 사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발표한 '5·4 부동산 대책'은 물론 저금리 기조유지,화폐 도안 변경 등 그간 논란을 이룬 이슈들 대부분이 이 '4인 조찬회의'에서 사전 조정됐다. 이 모임이 경제정책의 '보이지 않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 조찬회의는 한 부총리가 지난 3월15일 취임 직후 직접 제안해 이뤄졌다"며 "배석자와 회의자료 없이 주로 명동의 은행회관 뱅커스클럽에서 아침 식사를 하며 자유롭게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이견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참석자는 한 부총리와 박 총재,윤 위원장이 고정 멤버이고,정 보좌관 대신 김영주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이 참여할 때도 많다.


그동안 5∼6차례 이뤄진 회의에선 금감위의 은행 외국인 이사수 제한 방안,한은의 지폐 도안 변경안 등이 논의됐다. 한 부총리가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참석을 위해 출국하기 직전인 지난달 마지막주 회의에선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 확대를 골자로 한 '5·4 부동산 대책' 방향도 조율됐다.


4인회의가 가동된 이후 두드러진 변화는 금리.환율 운용 등을 놓고 재경부와 한은 간의 불협화음이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거의 돌출하지 않고 있다는 점.박승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콜금리 동결을 결정한 뒤 "경기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금리정책을 운용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한 부총리 발언과 너무 똑같지 않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재경부가 금통위 의견을 너무 잘 이해해 주고 있다"고 말해 찰떡궁합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 부총리는 '4인 조찬회의' 외에 매주 화요일 국무회의에 앞서 주요 경제장관들이 청와대 서별관에서 따로 모이는 '서별관 회의'와 금요일 경제정책조정회의 등에서도 한은 총재,금감위원장 등과 만나 호흡을 맞추고 있다.


한 부총리는 최근 기자들에게 "한은 총재,금감위원장과는 일주일에 최소 세 번 이상 만난다"고 말한 바 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