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선 이미 절상" .. 위안화 사재기에 웃돈 '껑충'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위안화요? 팔려는 사람은 없고 사겠다는 사람들만 줄을 서요…."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개인환전상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국씨(48·강남구 개포동)는 "작년 말까지는 하루에 10만위안 정도 거래했는데 요즘은 구경하기도 힘들다"면서 "이곳 환전상들은 위안화 평가절상이 임박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어제(11일) 오후에 중국 신문의 '내주 위안화 평가절상' 보도설(외신 오보로 판명)로 국제 외환시장이 요동친 해프닝도 남대문 환전상들은 중국 당국이 평가절상을 앞두고 교묘하게 시장 테스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위안화 평가절상이 초읽기에 들어간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위안화 거래에 붙는 웃돈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암거래상 정모씨는 "이미 한 달 전부터 중국 부동산 등 중국 내수시장을 노리는 사업가들을 중심으로 위안화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화 구하기가 힘들어지면서 중국에서 임가공한 상품을 한국시장에 팔고 위안화로 송금해야 하는 중소기업 등은 위안화를 구하지 못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위안화 사재기
12일 현재 시중 은행에서 1위안을 우리 돈으로 바꾸면 110원 정도를 받지만 암거래상에서는 웃돈을 13원(123원)이나 주고 상가에선 20원(130원)까지 붙여준다. 연초 10원 수준이던 암거래 웃돈이 평가절상 임박설에 영향받아 급등하고 있다.
이날 남대문시장의 한 환전상은 '1위안에 120원'을 제시했지만 바로 인근의 환전상은 123원을 쳐주는 등 암거래시장도 요동치는 모습이었다.
위안화를 사려는 사람들은 줄을 서지만 나오는 물량이 자취를 감추면서 암거래 시세가 거의 은행 환전가에 육박하고 있다. 이날 은행의 위안화 환전가는 127원선,암거래시장도 이 수준에 근접했다.
◆중국사업 애로
중국에서 목재를 가공해 국내에 가구를 만들어 팔고 있는 H산업 이모 대표(57)는 "공장장들은 '인민폐'를 끌어모으느라 다른 업무를 못보고 있다"면서 "현지 직원들 월급을 똑같이 주려면 앞으로는 달러 송금액을 늘리는 수밖에 없는데 중국에서 달러값이 급락하고 있어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고 푸념했다.
인건비도 인건비지만 공장 증설 등 '목돈'이 들어가는 투자는 더 어려워졌다.
K안전장비 업체 중국 현지 책임자는 "얼마 안되는 개인 돈이야 '황뉴(黃牛·암달러상의 속칭)'를 통해 어떻게 해보겠지만 은행에서조차 교환가를 터무니없이 후려치기 때문에 이도저도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정락·차기현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