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가 코란을 읽어드려요,냉장고는 물을 지켜 드립니다.'


국내 가전업체들이 중동 러시아 등지에서 현지인들의 특성과 기호에 맞는 기능과 디자인을 갖춘 가전제품들을 선보여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12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 중동 지역에서 세계 최초로 대추야자 냉장고인 '프리미안'을 시판해 지금까지 10만대를 팔았다.


이 냉장고는 중동인들이 우리나라 김치처럼 대추야자를 즐겨 먹는 점에 착안,영하 25도에서 대추야자를 급속 냉각해 6개월간이나 보관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앞서 LG전자는 매일 메카를 향해 기도를 올리는 이슬람 신도들을 겨냥,메카 방향을 알려주는 휴대폰인 '메카폰'을 선보여 인기를 끌었다.


또 이란의 인기 음식인 케밥 조리기능을 갖춘 '케밥 전자레인지'를 내놓아 현지 점유율을 40%로 끌어올리는 등 현지밀착형 제품으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도 피자를 즐겨 먹는 북미지역 사람들을 위해 앞면의 문이 둥글게 튀어나온 '피자 조리용 전자레인지'를 선보였다.


러시아에서는 집안 공간이 좁은 점에 착안,폭 34cm짜리 슬림 세탁기와 애완동물의 털을 제거하는 '펫 브러시' 청소기 등도 팔고 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중동에서 물이 기름보다 귀한 데 착안해 외부인이 물을 넣은 냉장고를 열지 못하도록 잠금장치를 단 '자물쇠 냉장고'를 개발했다.


현재 이 제품은 대우의 냉장고 수출모델 중 80%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또 지붕이 높고 거실이 큰 중동지역의 가옥 구조에 맞춰 보통 제품보다 음향이 세 배 정도 큰 '고음향 TV'와 시청하지 않을 때는 브라운관이 푸른 색으로 보이는 '블루 TV'도 수출하고 있다.


LCD TV 전문업체인 디보스는 지난해 10월부터 TV에 이슬람 경전인 '코란'의 음성녹음 프로그램을 내장한 '코란 TV'로 중동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