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회사 애널리스트인 박상태씨(35·가명)는 요즘 출근해서 해외 시황을 점검하기 전에 먼저 하는 일이 있다. 기업들이 마련하는 각종 경품 행사를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것이다. 어제는 지난달 신청한 하이트맥주의 '하이트피쳐 지중해 커플여행'을 기대했으나 당첨되지 못했다. 하지만 박씨는 실망하지 않는다. 가정의 달을 맞아 경품 이벤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12일 아침 롯데마트 홈페이지에 들어가 '1000만원 현금타기'에 응모한 다음 업무를 시작했다. 불황 여파로 박씨처럼 기업 경품행사에 빠짐없이 응모하는 경품족(族)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나오는 경품은 자동차 아파트 주식 현금 등 '중량급'들이어서 20~30대들은 인터넷 경품행사를 넷테크(nettech·인터넷을 통한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품 관련 사이트들이 생겨나고 정보를 서로 교환하는 '경사모'(경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까지 등장했다. ○경품 응모는 '넷테크'=경품족들은 각종 경품이벤트 정보를 놓치지 않고 챙긴다. 아예 경품 행사를 날짜별로 정리한 스케줄 표를 컴퓨터나 PDA에 저장해 놓고 다니기도 한다. 경품 응모를 일종의 넷테크로 간주하는 셈. 5월 들어 경품 행사들이 대거 쏟아져 나오자 경품족들은 한층 바빠졌다. 지난 10일 당첨자가 발표된 GS칼텍스 등 GS그룹 4개 계열사의 사명 변경 기념 홈페이지 신규 가입자 대상 경품 행사는 이들의 올해 최대 관심사였다. 분양가 4억8000만원짜리 아파트(25평형) 한 채,GS홀딩스 주식 2만주 등이 걸린 이번 행사에는 무려 210만명이 응모했다. SK㈜가 지난달 수입차 크라이슬러 'PT크루저' 10대를 경품으로 건 'OK캐쉬백 왕대박 잔치'에도 수십만 명이 응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롯데마트와 롯데닷컴의 '5월 공동 영수증 복권축제',현대오일뱅크의 주유고객 사은행사 등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롯데는 오는 18일까지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현금 1000만원과 롯데닷컴 포인트 1000만점을 나눠준다. 현대오일뱅크는 주유 고객 중 2만여명을 대상으로 현대차의 '쏘나타'와 '투싼' 각 10대 등을 경품으로 내놨다. ○경품정보 사이트도 성황=경품족이 늘어나자 경품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들이 속속 등장해 아조와 경품고양이 찬스잇 와르르 등 10여개사가 성업하고 있다. 대부분 무료이지만 일부는 연간 회비를 받기도 한다. 가장 활성화돼 있는 경품정보 사이트는 아조와(www.ajowa.com)다. 이 사이트는 매일 40~50개 경품 이벤트가 새로 올라오는 '경품 포털'이다. 이벤트를 여는 기업은 아조와에 일정액의 수수료를 내고 이벤트 정보를 올리고 있다. 사이트에 정보를 올리는 한 업계 관계자는 "사행심 조장이라는 비판 여론도 있지만 경품을 내걸면 고객을 불러모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곳 회원들은 지역별로 '경사모'를 만들어 한 달 한차례 정도 오프라인 모임을 갖고 당첨 비법 등을 서로 공유하기도 한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