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세금으로 엄포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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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전 과천정부청사 재정경제부 기자실에 한덕수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이 들렀다. 전날 해외출장에서 돌아온 한 부총리는 뉴욕에서의 국가설명회(IR) 성과와 경제현안에 대해 설명하다가 "2007년부터 양도세 실거래가 과세제도를 전면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기자는 잠시 귀를 의심했다. 바로 1주일 전 양도세 실가 과세 확대를 골자로 한 '5·4 대책' 발표때 '전면 시행 시기'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재경부 실무책임자들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답했던 터였다.
그럼 출장중이던 부총리가 시행시기를 결심했다는 얘기인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2007년 실가 과세 전면 시행'은 5·4 대책 수립때 방침이 정해졌다.
발표에서 그 사실을 뺐을 뿐이다. 그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부총리가 뒤늦게나마 직접 나서 '2007년 시행' 방침을 밝힌 것이다. 당시 방침은 정해놓고 왜 발표를 안했는지 불분명하다.
어쨌든 연일 터져 나오는 부동산 세제 강화 뉴스에 시장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집 한 채나 고향에 땅 한 조각 갖고 있는 사람들조차 불안해 할 정도다. 정부가 지난달 하순부터 세제를 동원한 부동산 투기억제책을 며칠 간격으로 잇따라 발표하고 있으니 말이다.
시장에선 '정부가 뭔가 목표를 갖고 단계적으로 부동산 세금을 올리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1백년전 '토지 차익의 전액 세금 환수'를 주장했던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까지 무덤에서 끌어내 정부의 지향점을 의심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앞으로도 뭔가 더 터져 나올 것이란 우려가 시장에 퍼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들에게 세제는 민감하다. 개개인의 경제적 이해와 직결돼 있어서다. 그런 만큼 신중하게 손질돼야 하고, 그 과정도 투명해야 한다. 납세자들이 예측가능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요즘 정부의 부동산 세제운용을 보면 괜한 불안감과 불신만 키우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차병석 경제부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