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허용을 포함해 13일 보건복지부가 밝힌 의료개혁안은 글로벌 의료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국내 의료 서비스를 하루빨리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다.


그동안 복지부는 영리병원을 허가하면 건강보험제도를 비롯한 국내 의료 시스템이 뒤흔들릴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중국과 싱가포르가 고급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확보하고 외국인 환자 유치에 나선 가운데 한국만 각종 규제로 의료서비스를 묶어둘 경우 경쟁에서 도태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 시장 개방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점도 국내 의료산업 선진화를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부각시키고 있다.


◆'병원 주식회사' 허용?


영리병원을 허용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병원 주식회사'가 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는 경제자유특구 내 외국인 병원을 제외하고는 의료법상 의사나 비영리법인만 병원을 설립·운영할 수 있게 돼 있다.


병원을 운영해 이익이 나더라도 배당을 받을 수 없고 얻어진 이익은 '고유목적'을 위해 쓰거나 의료시설에만 재투자하도록 돼 있다.


'가격'과 '공급'이 제한돼 있고 이익을 추구할 수 없다 보니 민간자본이 투자매력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상태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의료시장에 민간 자본이 들어오면 시설 투자가 늘고 서비스 수준과 질이 높아질 것"이라며 "의료산업에 시장원리를 도입해 경영 선진화와 산업 발전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수준이 높아지면 의료소비를 위해 해외로 나가는 수요도 붙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정경제부는 국내 의료 서비스가 제한돼 있어 연간 1조원 넘는 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이로 인해 일자리 3만개가 날아가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경제자유특구쪽에서도 영리병원 추진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안영도 인천 경제자유특구 투자유치국장은 "현재 경제자유특구법에 따라 영리법인도 외국인 병원을 설립할 수 있지만 모법인 의료법에 영리법인을 허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영리병원 문제는 없나


시민단체와 의료계 일각에서는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저소득층의 의료 소외가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영리병원이 수익을 추구하다보면 기본 진료나 건강보험 대상 진료보다 고급 의료서비스와 비(非) 보험 서비스에만 치중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건강검진,피부과,성형외과 등 수익성이 좋은 서비스만 비대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건강세상네트워크의 김창보 사무국장은 "우리나라 공공의료 비율은 14%에 불과해 영국 96%, 일본 36%, 미국 33% 등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라며 "무턱대고 영리병원을 허용하면 서민과 저소득층은 돈이 없어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못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영리병원 허용에 앞서 공공의료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건강보험 적용 대상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사간 경쟁도 촉진


복지부의 의료 개혁방안에는 의사 간 경쟁을 촉진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의사가 여러 병원에서 일할 수 있게 허가한다는 방침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대학병원 의사로 재직하면서 동네 병원을 개업할 수 있고, 서울의 유명의사가 지방 병·의원을 돌며 환자를 진료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의사가 현재 재직하고 있는 병ㆍ의원이 아닌 다른 병원에서 근무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실력없는 의사의 경우 입지가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