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위공직자 관련 비리의혹이 잇따라 터져나옴에 따라 국회 법사위에 상정된 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을 둘러싼 여야간 논란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청계천 복원과 관련된 비리 의혹으로 양윤재 서울시 행정2부시장이 검찰에 구속되고, 철도공사의 러시아 유전사업 투자의혹 사건과 관련돼 김세호 전 건설교통부 차관이 구속되면서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일단 정부가 공수처 설치법안을 제출한 뒤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드라이브를 자제해온 열린우리당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회적 관심을 집중시킬만한 대형 비리 의혹이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공수처에 대한 긍정적인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자체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회 법사위 우리당 간사인 최재천(崔載千) 의원은 15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시점에서 공수처의 존재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라며 "비리 문제가 터질 때마다 지루한 정치공방을 되풀이 하기보다는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상시적으로 감시하는 기구를 설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이어 한나라당이 공수처를 반대하기 위해 상설 특별검사법안을 제출한 사실을 언급한 뒤 "고위공직자의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공수처가 효과적"이라며 "6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공수처 설치법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도 최근 공.사석에서 공수처 설치법안을 6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를 자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우리당의 이 같은 주장을 `논리적 비약'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고위공직자의 비리 수사를 전담하는 기구가 설치된다 하더라도, 정치적인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다면 공직자 비리 척결에 전혀 효과를 볼 수 없다는 논리다. 법사위 한나라당 간사인 장윤석(張倫碩) 의원은 "대통령 산하에 공수처를 설치할 경우 대통령 측근과 친.인척 비리, 정권 차원에서 이뤄지는 공직자 비리는 제대로 수사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또 최근 고위 공직자가 관련된 비리 의혹이 잇따라 터져나오는데 대해서도 `검찰이 철저히 수사하되,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본다면 특검을 실시하면 된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청계천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보되, 유전의혹 사건에 대해서는 특검을 실시하자는 이야기다. 공수처 설치법안에 대한 관심이 제고된 가운데 여야가 여전히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함에 따라 6월 임시국회에서 여야는 이 법안을 둘러싸고 가파른 대치상황을 재현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고일환기자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