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의 '2005년도 올해의 작가'로 선정된 이종구씨(51·중앙대 교수)는 우리의 농촌 현실을 지속적으로 그려온 '농민화가'로 불린다.


과천의 본관 제2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초대전은 작가가 처음 농민을 그린 1984년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대표작 70여점을 보여주는 회고전 성격을 띠고 있다.


그의 작업을 시기와 주제에 맞춰 '고향땅 오지리(1984~1990년)','고개숙인 농민의 분노(1991~1994년)','희망의 씨앗을 뿌리며(1995~2000년)','우리땅,우리 겨레(2001~2005년)' 등으로 나눠 전시 중이다.


그의 작품은 정부미 부대자루를 캔버스로 사용해 '쌀부대 그림'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씨는 정부미 부대자루를 농민들의 땀과 농토의 역사가 배인 재료인 동시에 농촌경제 문제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효과적인 매체로 보고 있다.


쌀부대뿐 아니라 밥상 농기구 같은 비전통 소재도 화면에 자주 등장한다.


그가 자신의 고향(충남 서산) 주민들을 모델로 제작한 대표작 '오지리' 연작은 절망적인 농촌현실 속에서도 항상 미래에 대한 희망을 놓지 말자는 작가의 의식이 담겨 있다.


그의 작품 성향은 90년대 중반 이후 2000년까지 리얼리즘 계열에서 벗어나 그릇 신발 씨앗 수저 등 사물에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


농민이 겪는 수난과 절망을 표현하는 대신 흙과 땅의 이미지를 내세우는 은유적인 기법으로 전환한 셈이다.


2000년 이후의 최근 작업은 2002년작 '압록강에서 두만강까지'에서 드러나듯 시야를 우리의 국토와 겨레로 넓혔다.


한지 석고 부대종이 등 재료를 폭넓게 활용하는가 하면 작품의 규모도 커지고 입체 설치작도 선보이고 있다.


7월14일까지.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이종구전과 함께 한국화 회화 조각의 대표 소장품을 보여주는 '소장품 40선'(1전시실),'황규태,1960년대를 보다'(5전시실),'한국 근현대 드로잉전'(5전시실) 등 볼 만한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02)2188-600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