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 한국 대사관(홍석현 대사)이 미국 사회 일각에서 한국내 '반미 감정'을 심각한 수준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다고 판단, 한국 제대로 알리기에 적극 나서기로 했다. 대사관의 이같은 노력은 미국 일각에서 한국 정부가 한미 동맹이나 대북 인식에 대해 과거의 정부와는 다른 것 같다는 불만섞인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 워싱턴 포스트(WP) 보도에 발칵= 대사관은 14일 WP가 지난 12일자 '미국 노력 불구, 북한 고립되지 않아' 제하의 서울발 기사에서 여론조사 기관인 '리서치 앤드 리서치'(R&R)의 통계를 인용한 것과 관련, 오수동 홍보 공사 명의로 반박문을 보냈다. WP는 이 기사에서 "미국이 북한과의 경제협력 관계를 제한하기 위해 우방을 설득하고 있음에도 한국, 중국, 러시아의 대북 교역은 오히려 늘었다"며 대북 정책을 둘러싼 한국과 미국간의 괴리 현상을 전반적으로 지적하면서, "'어느 국가가 한국에 가장 위협적인가'라는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39%가 이곳(한국)에 3만7천명을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을, 33%가 2위로 북한을 지목했다"고 보도했다. 이 여론조사는 미국인들이 보기에는 한국인들의 반미 감정이 상당히 심각하다고 여길 만큼 충격적인 것이다. 그러나 WP가 인용한 통계는 지난해 1월에 이뤄진 것으로, 똑같은 질문을 놓고, 지난 4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일본(37.1%), 북한(28.6%), 미국(18.5%), 중국(11.9%) 순으로 나타났다. 대사관 관계자들은 WP 보도와 관련, 구수회의를 갖고 "언론 기관이 사실이나 여론의 동향을 늘 업데이트해서 보도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워싱턴 포스트와 같은 유력 신문이 시간이 한참 지난 통계를 인용해 보도하는 것은 잘못"이라는데 의견을 함께 하고 반박문을 내기로 결정했다. 오 공사는 "어떻게 보면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새로운 것이 아닌 과거의 여론조사치가 유력 신문에 인용됨으로써 미국 주류사회가 자칫 한국을 오해할 우려가 있어 적극 대처키로 했다"고 말했다. 오 공사는 R&R의 지난 4월 조사에서 '한국의 안보협력 대상 국가'로 미국이 1위(62.2%)로 꼽혔고, 이어 중국(16.5%), 북한(8.1%), 일본(3.5%)의 순으로 나타난 점도 지적했다. 이번 반박문 제기는 홍 대사가 지난 11일 대사 부임후 첫 공식 강연회에서 '한국의 젊은 세대가 미국을 해결책이 아닌 문제로 보고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한국 젊은이들은 미국 문화를 사랑하고 있다"고 일축하고, '386 세대' 반미 감정의 미국 원인 제공론을 제기하는 등 한국의 입장을 적극 개진한 것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사관의 이같은 노력이 효과를 거둘 지는 미지수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한번 돌려진 물길을 바로 잡기는 지난(至難)한 것"이라면서 "상당수 미국인들은 새로운 여론조사치를 내밀어도 '그럼 미국이 왜 제3위의 위협 국가냐'며 그것 조차 불만스러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의 의구심 표출된 미의회 증언= 지난달 20일 미하원 국제관계위원회 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가 개최한 '변화하는 일본' 주제 청문회에서 버지니아 대학의 레너드 쇼퍼 교수는 친미적인 자민당이 오는 2007년 선거에서 정권을 내줄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우리 모두가 피하고 싶어하는 시나리오는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던 한나라당이 소수로 전락한 한국과 같은 일이 (일본에서)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열린 우리당의 주요 인물들은 과거 (미국과) 함께 일했던 정치인들과는 한미 동맹 관계에 다른 태도를 가진 듯이 보이고, 북한에 관한 우려도 함께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