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인력 양성의 견인차 역할을 해 온 산업대가 사라지고 있다. 1990년대 말부터 학교 이름에서 '산업대'를 빼더니 최근 들어 아예 일반대로 전환하거나 일반대와의 합병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산업대에 대한 학생 선호도가 낮아지면서 학생 모집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원 설치 제한 등 규제까지 받고 있다는 점도 일반대로의 전환을 부추기고 있다. 산업대인 영산대는 일반대로 전환하기 위해 다음달께 교육인적자원부에 전환 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15일 밝혔다. 학교 관계자는 "과거에는 저렴한 학비,실무 위주의 교육 등 산업대가 갖고 있는 장점이 많았으나 최근 낙후된 대학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대학 본부 차원의 검토와 내부 의견 수렴을 거쳐 일반대 전환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고 말했다. 국립산업대인 밀양대는 부산대와 통합,2006학년도부터 일반대학(부산대 밀양캠퍼스)으로 거듭난다. 또 다른 국립산업대인 삼척대는 강원대와의 통합을 추진 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국립대 통·폐합이 난항을 겪고 있지만 산업대와 일반대의 합병은 상대적으로 쉽게 성사되고 있다"며 "이는 일반대로 전환하고 싶은 산업대와 규모를 키우고 싶은 일반대의 뜻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산업대는 지난 4월 개교 95주년을 맞아 △종합대학교 체제 구축 △교명 변경 추진 △대학원 기능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발전계획(SNUT Vision 2010+)을 발표했다. 이는 사실상 일반대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대가 이처럼 일반대로의 전환을 꾀하는 이유는 산업대 명칭이 주는 이미지 때문에 학생 모집이 어렵기 때문.게다가 일반대도 산업체 위탁교육,학점은행제 등을 실시,산업대의 특수성이 사라진 상황에서 산업대는 일반대가 받지 않는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도 불만이다. 현재 산업대는 일반대학원 설치가 불가능하며 학군단(ROTC)을 운영할 수 없다. 또 주간 정원의 20%,야간 정원의 50%를 특별전형으로 선발해야 한다. 이에 따라 2003년 국립산업대학총장협의회는 산업대 구분 철폐를 추진키로 하고 △학교 종류에서 산업대 삭제 △산업대 설치 목적,수업 연한 등을 삭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고등교육법을 의원입법을 통해 국회에 내기도 했다. 그러나 교육부의 입장은 완고하다. 최진명 교육부 고등교육정책과장은 "대학 특성화가 필요한 시기에 산업대는 설립 취지에 맞춰 산업 인력 양성을 특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산업대 체제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산업대는 지난 82년 설립 당시 '개방대'로 운영되다 96년 이후 '산업대'로 명칭이 바뀌었다. 현재 전국에 국립 8개교,사립 10개교 등 총 18개 대학이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