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10개월여만에 처음으로 당국간 회담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남북관계 정상화 방안과 북핵, 비료지원 문제 등을 논의할 것"이라며 "남북관계를 복원시켜 정상화하는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차관급 남북대화는 북한이 먼저 제의했다고 한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4차 6자회담이 교착상태를 넘어서 위기국면으로까지 치닫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남북한이 머리를 맞대고 현안을 논의하기로 한 것은 정말 잘한 결정으로 적극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의 '폭정의 전초기지' 언급 이후 북미 관계가 악화조짐을 보이면서 6자회담 재개가 매우 불투명한 상황에 빠져 있는 게 현실이다. 북한이 6월중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고 이에 맞서 미국은 북한의 특정지역을 선제공격할 것이라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는 등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이 무척이나 좋지 않다. 북한과 그래도 가까운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듯하다. 6자회담 당사국간의 공조도 그리 원활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북한은 미국의 폄하 발언 취소를 거듭 요구하고 있고 방한중인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는 북한이 대화를 원치 않는 것같다는 발언을 했다. 이래저래 6자회담이 접점 없는 평행선을 달리게 되면서 갑갑함을 넘어서 초초함을 갖고 있는 우리에게 남북대화 재개 소식은 시원한 생수와 다름없다. 정부는 이번 대화를 계기로 한반도에 조성된 긴장을 최대한 누그러뜨리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북핵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가 갖고 있는 우려를 직접 전달해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북한이 요청한 50만t 비료지원과 남북 이산가족 상봉 문제 등도 인도적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 남북장관급 회담을 비롯해 경제협력추진위원회 회담과 장성급 회담 등 그동안 중단된 각급 남북회담 재개의 시발점으로 삼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북측이 비료 확보나 심상치 않은 북핵 관련 국제 비난여론 피하기 등 실리챙기기 차원에서 대화를 먼저 제의했다고 하더라도 현 시점에서 남북대화 재개 자체가 주는 무게가 큰 만큼 잘 숙성시켜 남북 긴장 완화를 이루는 초석으로 삼기를 바란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