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낮 12시 서울 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 주한 유럽상공회의소(소장 장 자크 그로하)가 윤광웅 국방부 장관을 초청해 '한반도 안보상황과 참여정부의 국방정책'을 주제로 강연회를 가졌다. 주한 외국상공회의소가 우리나라 국방 최고책임자를 초청,국방 정책에 대한 설명을 들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북한 핵 위기가 최근 국제 사회의 최대 이슈로 등장함에 따라 한반도 안보에 대해 주한 외국 기업인들의 걱정도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한 셈이다. 이날 강연회에는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주요 국가 대사 10여명을 비롯해 기업인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AP 등 외신은 물론 국내 언론들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윤 장관은 이날 강연회에서 한ㆍEU관계,북핵문제 해결 방안,한·미 동맹의 필요성,국방 개혁 등에 대해 20여분간 영어로 설명했다. 윤 장관은 "(안보 불안 없이) 한국에서 안정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느냐는 게 여러분의 주된 관심사일 것"이라며 "북한의 군사 위협에 확고한 태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한 외국 기업인들의 생각은 달랐다. 한 핀란드 기업인은 북한의 장사정포 공격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이 기업인은 "한국에서 15년을 살아 북한의 공격에 (한국인들처럼) 무뎌질 때도 됐는데 그래도 가끔 불안하다"며 서울 방어대책을 물었다. 북한의 위협에 익숙해진 자신이 그럴진대 밖에서 한반도를 바라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은 오죽하겠느냐는 걱정도 담겨 있는 듯했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이날 윤 장관의 강연회가 시작되기 바로 5분 전,북한 경비정 두 척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했다. 이렇듯 한반도에는 북한발(發) 불안요소들이 상존하고 있다. 이는 주한 외국인들에게는 더욱 민감한 문제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다 잘 해결될 것"이라는 립 서비스보다 북핵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이에 적극 대응해 나가는 우리 정부의 자세일 것이다. 김수찬 사회부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