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지원 대책의 일환으로 작년 6월 도입한 은행들의 중소기업 워크아웃 제도가 신규 여신 지원보다는 만기 연장 위주로 시행되는 등 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채권은행의 올 1·4분기 중소기업 워크아웃 추진 실적'에 따르면 457개 중소기업이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돼 4763억원의 채무 재조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만기 연장이 4281억원으로 전체의 89.9%를 차지했으며 신규 여신과 이자 감면은 각각 164억원,159억원에 그쳤다. 제도 도입 이후 올 3월 말까지 워크아웃 중소기업으로 선정된 1400개에 대한 채무 재조정 규모(총 1조8558억원) 중 만기 연장이 차지한 비중도 81.2%(1조5071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현상은 채권은행들이 신규 자금 지원을 꺼리는 데다 이자 감면,출자전환 같은 워크아웃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에 소극적이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 중견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채권은행간 공동 워크아웃은 3월 말 현재 20개에 불과,회생이 가능한 중견 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부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 말 중소기업 워크아웃 기업으로 선정된 기업의 한 관계자는 "채권은행이 기업 구조개선 차원에서 워크아웃 기업을 선정하고 지원하기보다는 여신 회수에 초점을 두고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기대한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편 은행별로 1분기 중 워크아웃을 새로 추진한 중소기업은 신한은행 101개,우리은행 78개,하나은행 47개,경남은행 36개,국민은행 8개,산업은행 3개 등이다. 제일·씨티·대구은행의 중소기업 워크아웃 실적은 전무했으며,산업·농협·수협·제주·전북·부산은행의 경우 10개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중 워크아웃을 졸업한 기업은 53개,중단한 기업은 97개였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말 현재 워크아웃을 추진 중인 중소기업은 총 1174개로 집계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소기업 워크아웃 제도가 아직 기업 구조조정 촉진 수단으로 자리잡지 못했다"며 "앞으로 실적이 부진한 은행들을 개별 지도해 중소기업 워크아웃이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