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데스크] 노조 지배구조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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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창원 통일중공업에서는 노조원들의 '집단 활극'이 벌어졌다.
노조와 해고자들이 임원실에 난입, 마치 시정 깡패들이 상대 조직원들에게 복수하듯 최평규 회장 등 경영진들을 마구 두들겨 팬 것이다.
폭행 이유는 해고자 89명을 원직 복직시키지 않고 해고시켰다는 것.이 사건으로 최 회장은 목 척추디스크 세 개가 파열되는 등 전치 6주의 부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세계 산업현장 가운데 노조원이 회장을 폭행하고 욕설을 퍼붓는 나라가 또 있을까.
많은 사람들은 참담하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노조의 폭력행위는 이곳에만 국한돼 있는 게 아니다.
국내 노동현장 곳곳에서 노조의 불법은 여러 형태로 폭넓게 자행되고 있다.
강경파 노조들은 툭하면 쇠파이프와 몽둥이,가스통을 동원,실력 행사를 하고 있다.
목숨을 건 분신 자살도 끊이지 않고 있다. 마치 누가 더 거칠고 더 과격한 노동운동을 벌이는지 경쟁적으로 내기하는 형국이다.
오죽했으면 세계 노동운동가들로부터 "한국의 노동운동은 역동적이어서 부럽다"라는 평가까지 받을까.
우리 노동운동가들은 세계 무대에 나가면 막강한 전투력 (?)때문에 칭찬과 대접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일같이 벌어지는 파업을 그들로부터 인정받는 셈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좌파 학자들이 세계 노동운동가들의 비아냥 섞인 평가를 진짜 칭찬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파업 에너지가 넘치는 한국의 노동계가 세계 노동운동을 이끌어야 한다"며 세계 노동가들의 주문대로 투쟁에 기름을 붓고 있다.
법을 무시하는 노조의 불법 행위와 집단이기주의는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을 형성하며 비리 온상의 요인이 되고 있다.
노조 간부가 권력을 거머쥐면 누구한테도 견제받지 않게 되고 부패의 늪에 빠지기 쉬워진다.
국내 노조 가운데 비리에 연루되지 않은 노조가 드물 정도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노동운동을 주도해 온 기아차 노조와 현대차 노조 간부들이 돈을 받고 직원 채용에 개입한 것도 비리의 사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이 전ㆍ현직 간부들의 채용 비리가 드러났는 데도 전혀 속죄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어 국민들은 몹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취업비리 사건으로 지난달 집행부가 새로 출범한 기아차 노조는 성과급 100% 지급 등 23개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동차엔진 생산라인에 대한 특근을 거부했다.
노조 간부들의 채용비리 수사가 진행 중인 현대자동차 노조 역시 근로시간 단축,정년 연장(58세에서 60세) 등 무리한 요구안을 제시한 상태다.
노조 간부가 비리에 연루되었다고 해서 노사 협상을 하지 말라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속죄하는 차원에서 과거와 같은 막무가내식 요구는 삼가야 하지 않을까.
폭력과 집단 행동으로 사용자를 압박해 특권을 누리고 각종 이권을 챙기는 노조.그들에겐 일반 국민과 조합원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내 몫' 챙기는 일에만 관심이 있는 것처럼 비쳐진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에 연재됐던 '노조,이제는 변할 때다'란 시리즈가 독자들로부터 큰 박수갈채를 받은 이유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노조가 권력을 누리든 채용 장사를 하든 기업들은 신경 쓸 시간이 없다.
세계경제 전쟁에서 사느냐 죽느냐가 최대 관심거리다.
그것이 곧 기업의 사회적 책무요,일자리 창출의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이제 노조도 잘못된 지배구조를 과감히 뜯어고쳐 견제와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건강한 노동운동이 뿌리내릴 수 있을 것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