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어른이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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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된다는 건?' 홈CGV의 시리즈극 '펠리시티(Felicity)'는 이런 물음을 기초로 한다. 극은 내성적인 모범생 펠리시티가 짝사랑하던 벤을 좇아 스탠퍼드 의대 합격증을 던지고 뉴욕의 대학에 입학하면서 겪는 일을 다룬다. 펠리시티의 뜻은 '더없는 행복'이지만 그의 나날은 이름처럼 행복하지만은 않다.
벤이 졸업 앨범에 써준,"나도 너와 사귀고 싶었어"라는 한마디에 집을 떠났지만 벤에겐 이미 다른 여자친구가 있다. 자신을 설득하러 온 부모에게 "고향에서 매주 갖던 가족 외식도 좋았지만 뉴욕에서 혼자 먹는 햄버거도 맛있다"고 털어놓자 엄마는 "싫은 걸 내가 강요했었구나"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엄마의 반응에 놀란 펠리시티는 친구에게 하소연한다. "내가 남자 때문에 뉴욕으로 왔다고 하자 엄마 얼굴에 핏기가 가셨어." 친구는 말한다. "배신감 느끼셨겠지. 네가 떠날 걸 몰랐으니까. 우리 부모님은 내가 떠날 걸 알고 열심히 일만 하셔. 난 입양아거든." 둘은 중얼거린다. "이제 우리 정말 어른이 되나 보다."
뉴욕에 남은 펠리시티는 벤과 사귀게 되지만 성격 차이로 계속 부딪친다. 벤에게 자신을 맞추려 애쓰던 펠리시티는 고민 끝에 자기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못하는 벤을 마음 속에서 떠나보내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삶은 온전히 자기의 것이며 그것을 책임질 사람 또한 자신뿐임을 깨닫게 되는 셈이다.
'펠리시티'에서 보듯 10대 후반엔 이성의 말 한마디에 인생의 진로를 바꿀 수도 있다. 그러나 인생이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사막과 정글을 헤쳐가야 하는 여행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결코 간단하지 않은 이 여행길을 견디고 책임져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성년의 날'에 스무살 어른이 된 이들을 격려하고 축하하는 것은 그같은 책무와 권한을 일러주기 위해서일 것이다. 독립과 자유는 좋은 것이지만 스스로 감당하지 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부를 수 있다. 리처드 바흐는 '갈매기 조나단'에서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한 마리의 새에게 너는 자유로우며 조금씩이라도 연습하면 그걸 스스로 증명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신시키는 일'이라고 썼다. 성년의 날은 해방의 날이기에 앞서 책임의 날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