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절감 노력없는 삼성전자는 생각할 수 없다." 외부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삼성전자의 '안살림꾼' 최도석 경영지원총괄 사장이 오랜만에 외부 강의를 갖고 원가절감 비법 등 삼성전자의 경영 노하우를 공개했다. 최 사장은 지난 12일 성균관대에서 열린 '삼성 CEO(최고경영자) 강좌'에서 "기업의 자원전략은 어떻게 하면 제품을 싸게 공급할 것인가"라며 "재료비 노무비 경비 등 원가의 3요소를 줄이는 것이 기업경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그는 삼성전자가 부품의 표준화·공용화 작업에 나서고 생산혁신을 위한 스피드 경영에 주력하는 것도 모두 원가절감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며 "원가경쟁력을 높여 이익을 창출하고 재무구조를 건실화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4년 만에 부품수 3분의 1로 최 사장은 먼저 지난 4년간 벌인 삼성전자 부품의 표준화·공용화 작업을 소개했다. 삼성전자가 이 작업에 착수한 것은 반도체를 제외한 제품의 생산비 가운데 재료비 비중이 1997년 56.6%에서 2000년 65.1%로 3년 만에 8.5%포인트나 늘었기 때문. 최 사장은 "원인을 분석한 결과 개발인력들이 표준화되지 않은 부품을 개발하고 있었다"며 "당시 개발된 전원코드만 1900종,리모컨도 1800종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2000년부터 부품의 표준화·공용화 작업을 추진한 결과 59만4000여개이던 부품 수가 지난해 22만3000개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매출액 대비 재료비의 비중도 6%가량 줄었다는 것.최 사장은 "이렇게 거둔 원가절감액이 4조7000억원"이라며 "삼성전자의 한 해 연구개발비에 해당하는 막대한 금액"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생산성 혁신의 키포인트는 원재료가 들어가서 제품이 나올 때까지 리드타임을 얼마나 줄이느냐는 것"이라며 "삼성이 스피드 경영을 강조하는 것 역시 같은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어떻게 시간을 줄여 원가를 떨어뜨릴 것인가를 고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구조조정으로 매년 2조원 절감 최 사장은 삼성이 끊임없이 구조조정을 벌이고 있는 것도 궁극적으로 원가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방만했던 조직을 대부다팀제로 전환하고 수직적으로는 기안자-팀장-총괄 등 3개 영역으로 개선하면서 조직의 의사소통을 효율화시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무조건 열심히 일한다고 잘 되는 것이 아니다"며 "효율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외환위기 이후 3분의 1의 인력을 줄인 것도 나머지 3분의 2의 인력을 먹여 살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며 "인력 구조조정 결과 매년 2조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핵심인력 양성에 주력하는 것 역시 이익을 창출해 재무구조를 건실히 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밝혔다. ◆협력업체 소홀히 할 수 없어 최 사장은 대기업이 협력업체나 중소기업을 쥐어짠다는 항간의 평가에 대해선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협력업체는 1만원짜리 부품을 납품하지만 삼성전자는 그 부품을 이용해 수십만원짜리,수백만원짜리 제품을 만들어 판다"며 "부품이 잘못됐을 때 누가 더 큰 손해를 보는데 협력업체를 소홀히 하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협력업체에서 좋은 제품을 공급받아 회사의 제품을 안정시키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며 "오히려 중소기업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은 능력있는 사람,중소기업을 할 만한 사람이 중소기업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