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기 < 변리사 mgpaik@ip.kimchang.com > 첨단산업은 2.5차 산업이라고 한다. 2차 산업인 제조업과 3차 산업인 지식 서비스업의 특성을 골고루 갖고 있다는 말이다. 과거에 우리나라에서는 첨단 산업을 말하면 제조 공장만을 연상하고는 했지만 이제는 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를 같이 떠올리게 된다. 미국의 연구기관에서 500대 기업을 조사해 보니 기업가치의 80%가 무형자산으로 구성돼 있다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그 수치는 20년 전의 40%에 비해 두 배 수준이다. 이는 첨단 산업이 소프트화하면서 제조 설비 투자보다는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가 더 늘어나고 있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연구 개발의 성과물인 지식재산권 같은 무형 자산 관리가 회사 생존에 필수적인 과제가 됐다. 바야흐로 '특허경영'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리의 정보기술(IT) 산업은 1980년대 초반에 64K D램 분야의 본격적인 투자가 개시된 이후 모두 두 번의 커다란 지식재산권 파고를 넘고 있다. 첫번째 도전은 지난 86년 지재권 대외 개방과 반도체 산업 분야에서의 연이은 국제 특허 분쟁이었다. 이때는 미국 정부의 소위 '프로 페턴트(pro-patent)' 정책이 원인이었다. 특허 제도를 통해 미국 하이테크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고자 했던 것이다. 당시 제조는 잘하지만 특허에 대해 무방비 상태였던 우리 첨단 기업들은 적절한 라이선싱 전략을 구사하며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두번째 도전은 2002년부터 시행한 일본의 '지식재산 입국전략'으로부터 시작됐다. 놀라운 것은 지식재산권 개혁 정책의 중심에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있었다. 지재권 관련 개혁 드라이브를 통해 일본 경제가 지식 자산 중심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러한 국가 정책 방향에 발맞추어 일본 첨단 기업의 지재권 전략은 매우 공세적으로 바뀌었다. 작년부터 연이어 터진 한·일 기업 간의 PDP 특허 분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국제적인 환경 변화를 바라보면 첨단 산업을 육성하려는 정부와 기업 모두 지식재산권에 관한 최고경영자(CEO)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없다면 지속적인 성장은 고사하고 생존도 어려운 시기에 접어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