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2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세계 정상회의'에서는 이색적인 운동이 정식 의제로 채택돼 관심을 모았다. 언뜻 보면 하찮게 보이는'손씻기 캠페인'을 전개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캠페인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왜 정상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돼야 했는지 수긍이 간다. 해마다 설사 관련 질환으로 사망하는 개도국 사람만도 100만명에 달해 비누로 손을 잘 씻어도 이들을 구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가장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의 질병통제센터(CDC)도 몇년 전 용변 후 '손씻기 운동'을 벌인 적이 있다. 손을 씻지 않는 것을 '건강을 해치는 공적'으로 치부했다. 화장실에서 손을 씻었는지를 환기시켜 주는 감지시스템이 개발된 것도 이 때였다. 사람의 손은 인체의 어떤 부분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모든 연장이 손으로 만들어지고 신호를 보내는 것도 손이다. 사랑하는 상대를 애무하는 것도 손이고,반가움의 표시 역시 손으로 한다. 뿐만 아니라 사람이 부족한 것을 손이 모자란다고 하고,어떤 일과 관계를 단절할 때에는 손을 뗀다고 한다. 내 맘대로 할 수 있으면 수중(手中)에 있다 하고,일을 능숙하게 잘하면 수완(手腕)이 있다고 치켜세운다. 손의 쓰임새가 많아서인지 가장 빨리 쉽게 더렵혀 지는 것도 손이다. 사람의 손에는 보통 6만여마리의 세균이 있다고 하는데 이 세균들이 사스 식중독 눈병은 물론 이질 장티푸스 콜레라 등 전염병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손씻기는 질병예방의 첫 단계인 셈이다. 손을 씻으면 질병의 70%는 예방할 수 있다는 게 의약 관련 연구기관들의 보고다. 질병관리본부와 대한의사협회 등 21개 정부기관과 민간단체들이 최근 '범국민손씻기운동본부' 준비모임을 갖고 6월 중 발족식을 갖는다는 소식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식품접객업소들이 설치하는 세면대 등의 비용도 보조한다. 하루에 8회,1회에 30초 이상 손을 씻자는 '1830 손씻기 운동'이 생활 속에 정착되면서 국민보건 위생수준을 한층 높여주는 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