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시쿤(遊錫坤) 대만 총통부 비서장(총통 비서실장)이 15일 비밀리에 대만을 출국해 24일까지 10일 간의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고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이 16일 일제히 보도했다. 올해 1월까지 대만 행정원장(총리격)을 역임한 여우 비서장은 천수이볜(陣水扁) 총통의 최측근으로, 미화 180억달러에 이르는 대만의 미국무기 구매, 대만해협 문제 등을 두고 미국과 대만 간에 깊은 대화가 오갈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여우시쿤 비서장의 방미는 표면상으로는 18일 오전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열리는 아들의 졸업식에 참석하는 것이지만 그 직후 워싱턴으로 가 19일 워싱턴에서 대만 최고위 관리로서는 처음으로 공개 연설을 한다고 언론들은 전했다. 중국시보는 그의 워싱턴 방문과 연설이 "중화민국 역사상 최고위 관리가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 연설하는 기록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우 비서장은 뉴욕에서 나흘, 워싱턴에서 사흘 반나절을 각각 체류하며 워싱턴에서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관리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언론은 전했다. 그는 행정원장 재직 시에는 중국측의 방해로 뉴욕을 통과 방문하는데 그쳤으나 이번에는 워싱턴 연설은 물론 뉴욕에서도 '동아시아 지역 평화'를 주제로 대만해협문제, 미국-대만, 중국-미국관계 등에 대해 언급할 것이라고 중국시보는 전했다. 미국이 여우시쿤 비서장에게 뉴욕, 워싱턴 방문과 연설을 허용하는 것이 단순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인지, 미국의 정책적 변화인지 분명하지 않으나 중국을 격분시킬 것만은 분명하다. 총통부는 이번 방문을 극도로 중시하고 있으며, 중국이 대만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이 방문을 사실상의 공식 방문으로 간주하고 있다. 여우시쿤 비서장의 미국 연설은 대만 정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며 그의 일정도 대만 정부가 안배한 것이라고 대만 언론은 전했다. 여우시쿤 비서장은 부인 양바오위(楊寶玉) 여사와 일부 대만 관리들도 대동했으며, 사전 노출로 방미가 무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15일 대만을 비밀리에 떠났다. (서울=연합뉴스) 이상민 기자 sm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