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법적 근거도 없이 각종 부담금을 물리는가 하면 국민들의 정당한 민원신청을 이해하기 힘든 이유로 늦추거나 거절해 오다 감사원에 적발됐다. 감사원은 16일 건설교통부 등 5개 중앙행정기관과 경기도 등 43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지난해 6월부터 8월까지 실시한 '자치단체 민원행정처리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민원을 안 되는 쪽으로 해석하거나 처리해 기업활동과 국민생활에 불편을 준 공무원 105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법령 해석은 '내 맘대로'=경기도 광주시는 지난해 5월 자연보전권역 내 지구단위계획(31만여㎡,아파트 2298가구 건립) 결정을 도에 신청했다. 도는 이 건이 수도권정비계획법에서 허가를 금지하고 있는 '개발면적 20만㎡를 초과한 개발사업'에 해당하는지를 건교부에 질의했다. 건교부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입법 취지인 '개발억제'를 이유로 내세운 채 '지구단위계획구역 전체면적'을 개발면적으로 간주하라며 결정신청서를 반려했다.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에 '개발면적'의 범위는 '주택법에 의한 주택개발사업승인면적'이라고 명확히 규정돼 있는 만큼 이 같은 질의와 반려는 재량권 남용의 전형이었다. 이로 인해 8개 시.군에서 지구단위계획 72건이 차질을 빚어 1026억원이 낭비됐다. ○법 규정 무시한 채 부담금 징수=건교부는 2001년 6월 '광역교통시설부담금 업무편람'을 각 지자체에 내려보냈다.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은 법 시행일 전에 지정된 택지개발지구 내에서 법 시행 이후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았을 경우 광역교통시설부담금을 부과하지 말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업무편람은 이 같은 예외 조항을 삭제한 채 작성됐다. 이 편람을 믿고 23개 지자체는 282건의 공동주택 건설사업과 관련,1359억원의 부담금을 부당하게 징수했다. ○지자체도 '내 멋대로' 부담금 걷어=현행 도로법은 도로점용(굴착)자에게 점용기간이 끝나면 의무적으로 원상복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원상복구비 외에 다른 부담금에 대한 요구조항은 전혀 없다. 그런데도 서울시 종로구 등 76개 자치단체는 복구공사 완료일로부터 2년간 발생하는 하자보수의 재원을 확보해 둔다는 명목으로 도로손궤자부담금 조례를 제정.시행했다. 지자체들은 2002년 1월부터 2004년 5월 사이에만 법적 권한 없이 신설한 부담금 1125억원을 민간 업체로부터 징수했다. ○민원처리는 복지부동=금산군은 2003년 10월 한 관내업체가 전자부품제조 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낸 신청을 승인해주지 않았다. 공장 설립이 자유로운 지역이었고 산업자원부의 '공장입지기준고시' 상으로도 생활 및 자연환경을 현저히 해치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았기에 불승인 이유가 전혀 없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금산군이 내건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인근 주민들의 집단민원이 예상된다는 것. 감사원은 담당공무원 2명을 무사안일의 전형이라고 결론짓고 징계처분을 요구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