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실무적으로 진행됐다." 16일 재개된 남북 당국 간 회담의 분위기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남측 수석대표인 이봉조 통일부 차관은 짧은 말로 대신했다. 이날 회담이 파행으로 치닫지 않고 진지한 논의가 오고 갔다는 얘기다. 양측 모두 남북관계의 정상화라는 대전제에 동의한 상태였던 만큼 평양에서 열리는 6.15 행사의 남측 당국자 파견을 통해 당국 간 만남의 '끈'을 이어갈 수 있는 계기는 마련했다. 이틀간의 회담 일정 중 절반을 소화한 1라운드의 결과는 성공적인 탐색전 정도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핵문제 만큼은 북.미 간 직접 협상을 고집하며 우리 정부와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북한도 한반도 비핵화와 조속한 6자 회담 복귀를 촉구하는 남측의 기조발언을 차분히 경청했다. 이는 북측이 이번 회담을 통해 받아내려 하는 비료와 식량 등 물질적 지원조건이 우리 정부가 목표로 하는 북핵 회담의 진전과 연결돼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북한이 6자 회담에 복귀할 경우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획기적인 제안'을 던진 것도 이러한 북측의 반응에 한몫 했다. 이 차관의 표현대로 북한이 핵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구절은 없었지만 협상의 여지는 남겨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가 비료 20만t을 즉각적으로 제공하겠다는 인도적 차원의 '선물'을 던진 것도 회담 분위기를 좋게 끌고 갈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장관급 회담 재개를 포함한 이산가족 상봉과 경협추진위,경의선 및 동해선 철도개통식 등 우리 정부의 추가 제의가 일괄 타결될 수 있을지 이번 회담 결과에 관심이 모아진다. 문제는 이번 회담의 성공 여부를 실질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측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에 실패할 경우 남북 간 대화채널의 복원이라는 성과도 '절반의 성공'에 불과하다는 평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북핵문제에서 우리 정부의 국제적 입지를 좁히는 결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이날 회담이 "전체적으로 생동감이 넘치는 전형적인 봄날씨"라는 이 차관의 덕담에 "북남관계도 생동감 있게 잘 해 보자"고 화답한 북측의 대답처럼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