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6일 남북한 차관급 회담과 관련,6자 회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비료지원에 대해서는 인도적 차원이라는 점에서 공감을 표시했지만 '필요한 곳'에 '적정하게'라는 단서를 달았다.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서울 세종로 외교통상부 청사에서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와 회동을 갖고 "북한이 국제사회가 뭘 원하는지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또 "미국은 남북 간의 대화를 일관되게 지지해왔다"며 "특히 북한이 6자 회담에 대한 확신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이어 정동영 통일부 장관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남북회담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전달하고 "한반도 비핵화가 모두의 목표이며 이런 목표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이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지만 남북관계 정상화가 북핵사태 해결을 위한 계기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위한 일정 수준의 비료 지원은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회담 역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의 연장선상에 있으며 한국이 북한을 직접 설득하는 기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할 의사가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힐 차관보는 또 이날 송 차관보와 6자 회담 재개시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에 대해서도 협의했다. 이는 남북차관회담에서 남측이 제안한 '대담한 제안'과 관련,한·미 양국의 교감이 일정 정도 이뤄지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한?미 양국은 또 모스크바 연쇄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린 한?미?일?중?러 5개국 간 개별적인 양자회담 협의를 바탕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외교적 노력을 평가하고 향후 어떤 방향으로 나갈지에 대한 의견을 집중 교환했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회담과 현재 진행 중인 외교적 노력의 결과를 분석 평가하고 이를 바탕으로 관련국과 함께 북한을 6자 회담에 끌어들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오후에는 청와대를 방문해 권진호 국가안보보좌관,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을 면담한 뒤 이날 밤 8시 한국을 떠났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