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화백 작품 ‘위작논란’에 대한 검찰수사가 20여일 동안 진행되면서 유족 소장품을 ‘위작’으로 판정한 한국미술품감정협회의 주장들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 위작논란은 감정협회측이 시중에 나도는 위작설(說)을 마치 사실인냥 발표한데서 빚어진 해프닝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다. 감정협회측이 제시한 위작판정 자료가 전문성이 결여된데다 가짜그림이 유족에게 건네졌다는 주장도 사실과 맞지 않은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김용수 한국고서연구회 명예회장(이하 김 회장)이 장한평서 이탈리아 엽서를 무더기로 사갔는지 여부=감정협회측은 지난달 22일 유족측 주최로 서울 평창동에서 열린 간담회장에서 "유족이 공개한 작품 '아이들'에 'Fotografia Anderson'이라고 찍힌 이탈리아 엽서를 김 회장이 장한평에서 무더기로 사갔다"는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배포했다. 하지만 감정협회측이 증인으로 지목한 김모씨(52)는 "터무니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장한평에서 '금수강산'이라는 이름의 고미술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오래된 일이라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김 회장에게 일제시대에 제작한 남대문 동대문 사진엽서 100여점을 개당 1만원에 판매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 소장 그림 20~30점 유족에게 넘어갔는지 여부=감정협회측은 또 "지난 1월 도쿄에서 모방송사 관계자들과 김 회장이 유족들을 만나면서 20~30점을 유족에게 기증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할 때 이 주장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방송사 관계자들은 "김 회장이 태성씨에게 작품을 기증한 적이 없다"고 이미 밝혔고 김 회장이나 태성씨도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이 화백의 미망인 야마모토 마사코 여사(84)는 지난 10일 도쿄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1월 말 방송사 관계자 일행을 도쿄 프린스호텔에서 만나 그림 20~30점을 본 적이 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고 말했다. ◆'물고기와 아이'의 진위 여부=감정협회가 '물고기와 아이'를 위작으로 판정하면서 제시한 근거들은 과학적인 감정분석 측면에서도 전문성을 결여했다는 게 검찰측 분석이다. 위작 판정을 하려면 위조범을 찾아내고 그 위조범과 유족의 연계성을 밝혀내야 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김 회장 소장 그림이 유족에게 건너가지 않았다면 마사코 여사가 밝힌 대로 "유족이 50여년간 갖고 있던 소장품"일 가능성이 높고 이 경우 출처가 확실한 소장품을 위작이라고 주장한 자체가 오히려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